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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6살까지 모태솔로로 살다가, 우연찮게 소개팅을 받고 첫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애를 하면서 많은 실수를 했었는데요.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어느 날은 여자친구가 카페를 가고 싶다고 해서, 나만 아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다고 하면서 데려갔던 곳이 '폴바셋' 이였습니다. 솔직히 카페를 가본적이 많이 없어서 폴바셋이, 제가 아는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줄 알고 이야기 했었거든요

 

근데 여자친구 만나고 있는 곳에서 바로 근처에 폴바셋이 있는줄도 모르고, 제가 아는 멀리 있는 폴바셋에 데려갔는데, 여자친구는 엄청 기대하는 마음으로 절 따라 왔는데, 그게 바로 폴바셋 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는 표정이 멍해지면서 '여기 그냥 프렌차이즈 아냐..?' 이러는데, 전 순간 망치로 머리 한대 맞은 것처럼 멍해선, 일단 들어가자고 하고 커피 마셨습니다.

 

모태솔로 인거 부끄러워서 숨기고 있었는데, 이건 숨길 수가 없겠더라구요

 

 

그리고 얼마 뒤에 여자친구가 맛있는거 먹고 싶다고 해서 데려간 곳이 동네에 '제육볶음' 백반집 이었습니다. 26년 평생을 남자들과 어울리면서, 제일 맛있게 먹었던 것이 제육볶음 이었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아는 맛집도 없거니와, 여기면 안전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제육볶음 잘하는 백반집에 데려가게 됩니다..

 

여자친구가 하는 말이, 제육볶음은 학교 다닐 때 급식으로 나오는 거 아니냐면서, 졸업하고 학교 급식 같아서 별로 먹어본 적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어지간하면 다 잘먹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맛있게 먹었는데 여자친구는 급식에 대한 좋은 추억은 없는건지, 맛있었냐고 물어봤는데 맛은 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다음엔 자기가 찾아볼터이니, 어디 가기 전에 먼저 말 해달라고 하는데, 약간 마상이 되더라구요

 

 

100일 지나고 너무 설레는 마음에, 고액의 선물을 해줬는데, 뭘 좋아할지 몰라서 에어팟 사서 선물로 줬습니다. 제 딴에는 이 정도 선물이면 싫어할 사람이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왜 자기한테 말도 없이 100일을 챙기냐고 약간 화를 내더군요..

 

저는 선물을 주면 좋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서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토라지기까지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선물 고른 기준도 그저 제가 생각했던 기준이었고, 여자친구도 이제 겨우 100일 지났는데, 고액의 선물이 부담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물 받은 입장에선 자기도 선물을 줘야 하는데, 아직 서로 많이 모르는데 어떤걸 사서 줘야 할지 고민 하는 것 자체가 부담 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건 여자친구는 밖에서 노래 잘 안 듣는 스타일 이더군요..

 

 

그 후 얼마 뒤에 여자친구 혼자 집에 가는데 크게 실언을 했습니다.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는데 무섭다고 하길래, 뭐가 무섭냐고 한국이 세계에서 치안이 제일 좋다고 대답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아무리 치안이 좋아도 밤길은 무섭고, 성범죄 같은 건 꾸준히 있어 오지 않았냐고 하는 말에, 공감 1도 못하고 너무 걱정하는거다, 오버 하는거다 라고 헛소리 작렬 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너랑은 뭔가 대화가 잘 안되는 거 같다고 하더군요..

 

 

결국 여자친구가 지쳤는지, 얼마 뒤 헤어지자고 하길래 엄청 울면서 붙잡았습니다. 저를 좋아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 이대로 계속 만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면서, 각자 시간을 갖고 정리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다고 하더군요

 

만나는 앞에서는 무덤덤한 척 알겠다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센척 오지게 하고 집에 왔는데, 방에서 눈물나고 아쉽고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바로 전화해서 질질 짜면서 붙잡았습니다. 

 

여자친구는 이럴수록 서로 힘들다고, 좋게 헤어질 수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나오면 서로 상처만 남는다고 하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고 계속 붙잡았습니다. 

 

결국 마음이 약해졌는지 다시 만나게 되긴 했는데, 근데 만날때마다 예전 같진 않더라구요.. 뭔가 계속 불편해 하고, 이전처럼 대해주지 않고 멀어진 느낌이랄까

 

어쨋든 제가 붙잡고 매달린 만큼, 헤어질땐 헤어지더라도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아서, 데이트코스 검색도 열심히 하면서 준비했고, 이전처럼 헛소리하고 이상한 음식점 데려가는 상황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26년동안 이런거 한번도 안해봐서 방법도 모르고, 내 식대로 해석하다 보니, 엄청나게 틀어졌는데, 이별통보 받고나니 알아서 잘 하려고 노력하게 되더군요

 

 

노력이 통했는지, 분위기가 다시 좋아지더군요

 

데이트코스 짜오는거 쩔쩔매면서 어떻게든 리드 해보려는 것이, 처음엔 답답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웃기고 귀엽게 보이기 시작 했다고 하더군요 

 

만나는 것에 준비성 없이 오지 않고, 계속 진지하게 뭘 하고, 맛집도 찾고 고민 하는 모습을 보였더니, 다시 분위기가 좋아졌고 현재 3년 가까이 잘 만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부끄러움도 나이가 어리니까 어느정도 웃어 넘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야 여자친구라는 좋은 연애 선생님을 만나서 어마어마하게 발전했고, 지금 마인드를 가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욱 잘할 자신이 있지만, 반대로 30살 넘도록 연애 못하다가, 만나게 되는 상대들한테 위에 실수들 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죽고 싶을 것 같네요

 

그나마 첫 연애도 어린 나이에, 성격좋고 연하의 여자친구라서, 부끄러운 모태솔로 연애도 받아준 거지, 더 늦은 나이에 연애 안해본 티 엄청 내면, 계속 거절 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린 나이에 실패의 경험을 쌓아 놓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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