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적 7살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는 조그만 가발공장이 있었습니다. 가발공장 앞에는 항상 머리카락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고,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분주하게 들락날락 거리거나 차에 박스를 실어 나르거나 하는 일들이 반복 되었습니다. 또 공장 근처에는 여기저기 마네킹 머리들도 함께 흩어져 있어 가끔 마네킹 머리를 축구공처럼 뻥뻥 걷어차고 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가발공장 앞에서 분주하게 일하시던 아 저씨들, 아줌마들이 보이지 않게 되고 셔터문이 내려가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하루는 엄마와 손을 잡고 퇴근하시는 아빠 마중을 나가는 길 에 가발공장 옆을 지나게 되었는데, 문 닫힌 가발 공장을 보시면서 엄마는 '요즘 가발이 많이 잘 안팔린다고 하더니 문을 닫게 생겼나 보..
고대 알렉산드리아에는 히파티아라는 존경받던 대학자가 있었습니다. (대략 서기 370~415) 히파티아는 철학 수학 천문학을 가르친 최초의 여성 교수이기도 했는데,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 그림 속에도 유일한 여성으로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히파티아는 당시 알렉산드리아의 가톨릭 대주교였던 키릴로스가 조장한 흑색선전에 의해 (마녀다,마술을 쓴다)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걸로도 잘 알려져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독교 마녀사냥의 원조격인 사건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짓을 한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결과적으로 죄없는 대학자의 목숨을 앗아가게 되었다는건 변함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베드로라는 기독교인을 주축으로한 종교깡패들이 우르르 몰려가, 히파티아의 머리카락을 다 뽑고 벌거벗긴 후 조..
지금이야 흔해빠지다 못해, 밥 안먹겠다, 땡깡부리는 애들도 흔하고, 어른들도 건강 위한다며, 잡곡밥이니 탄수화물 대체니 하지만, 불과 십 몇년 전만 해도 '기름이 좔좔 흐르는 허연 쌀밥' 은 그야말로 로중에 로망이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경우는, 말해봐야 입아플 지경이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흰쌀밥에 대한 열망은 아주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일본소설, 드라마 '오싱'의 주인공 오싱은, 일본 내 가난하기로 유명한 동북지방의 소작농 딸로 태어나 쌀 한가마니에, 팔려간 오싱이라는 여자의 일대기입니다. 작중 오싱이 고향에 들렀을때 가족들은 늘 밥에 무우를 섞어서 양을 늘린 무우밥만 먹다가 오싱이 오랜만에 왔다고, 하얀 순쌀밥을 내놓자 오빠가 오싱은 쳐다도 보지도 않고 미친듯이 쌀밥에 탐닉하는 장면이 묘사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