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딥한이야기/썰

사후세계에서 만난 사람

여러이야기 2022. 3. 23. 01:00
반응형

 

방금 전 당신은 퇴근하던 도중에 차 사고로 인해 죽게 되었다. 다른 이들에겐 특별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당신에겐 어마어마하게 치명적이었기에 즉사하게 되었다.

당신은 죽기 전, 아내와 두 아이들을 남겼고, 그나마 하나 다행인 것은 큰 고통은 없는 죽음이였다. 방금 전 까지 응급요원들이 당신을 살리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을 다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말해, 당신의 몸은 아주 산산조각 나는 바람에 차라리 죽는게 나았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 결국 당신은 날 만났다.


“무슨...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도대체가.. 여긴 어딘가요?”

 


“당신은 방금 전에 죽었어요..”

 

굳이 돌려말할 필요는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었다.

 


“트... 트럭이 눈 앞에 미끄러지고 있었는데...”


“물론, 그랬죠.” 

 


“제가... 정말 제가 죽었나요?”

 


“네. 확실히요.. 하지만 너무 상심하진 마세요, 다들 언젠간 죽는 법이니까요.”

 

그렇게 나는 별 일 없다는 듯 말을 했고, 그 후 당신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여기엔 당신과 나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죠? 혹시, 사후세계 인가요?”

 

“일반적으로 굳이 정의한다면,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당신이 하나님 인가요?”



“맞아요, 난 하나님이에요.”

 


"그렇군요, 내 아이들... 내 아내는 그럼.."


“그들은 왜 찾으시나요?”


“제가 죽어서도 괜찮을까요?..”

 


“보기 좋군요, 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가족부터 걱정하는 것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그 후, 당신은 나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고, 나는 하나님이 아니라 그저 한 남자로 보일 뿐이였다. 물론 여자일 수도 있고. 베일에 싸인 권위자로 보일 수도 있겠다. 상상하는 이미지의 절대자처럼 보이기 보다는, 일반 고등학교에 있을법한 문법 선생님 같이 보인달까..



“너무 걱정마세요, 그들은 괜찮을 꺼에요. 남아있는 아이는 당신을 완벽했던 사람으로 기억할 껍니다. 물론 아내는 겉으로는 슬퍼하겠지만, 속으로는 안심하겠죠, 뭐, 어차피 둘의 결혼은 점점 실패하고 있었으니까요. 이것이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안심하고 있다는 거에 아내는 매우 자신을 자책할 꺼에요.”

 


“아..... 그렇군요, 그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죠? 천국이나 지옥에 가거나 하는 건가요?”

 

“아 그건 아니에요, 당신은 곧 환생하게 될 겁니다.”


“아하..? 그렇다면 힌두교 얘기가 맞았네요”


“모든 종교는 그 나름대로 맞는 부분이 있죠, 일단 저와 조금 걸읍시다."


이내, 우리는 허공을 천천히 걸으며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딱히 정해진 곳은 없습니다, 그저 저와 얘기하면서 편하게 걷는 거죠.”


“그렇다면 도대체 요점이 뭐죠?, 내가 환생하면, 난 다시 백지로 태어나는 거잖아요, 그렇죠? 아기로 말이죠., 그러면 내가 이번 생애에 경험하고 행했던 모든 것들이 다 무의미하게 되는 거고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당신은 전생에 얻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지금 당장 기억하지 못할 뿐이죠.”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걷는 것을 멈추고 당신의 어깨를 잡았다. 


“당신의 영혼은 당신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굉장하고, 아름답고, 거대한 것이에요, 인간의 생각은 당신의 존재의 그저 조그만 부분만을 담고 있을 뿐인거죠. 마치 컵에 담긴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보려고 손가락을 담구는 것 같은, 그런 일이에요. 당신의 조그마한 부분을 컵에 담구고, 다시 꺼낼 때 당신은 그 그릇이 담았던 모든 경험을 얻는 거죠.”


“당신은 그간 48년 동안 인간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당신의 거대한 자아를 아직 다 느끼지 못한 것 뿐이에요, 여기서 좀만 지내고 나면, 당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생애와 생애 사이에서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럼 전 지금까지 몇 번 환생한거죠?”


“많이요. 아주, 아주 많이요. 셀수 없이 아주 여러 가지의 삶으로 말이죠.”



“이번엔 기원전 540년의 중국인 소작농의 여자아이로 태어나게 될 예정 입니다.”


“잠시, 뭐, 뭐라구요?, 나를 과거로 보낸다는 말이에요?”


“뭐, 그런 셈이죠. 당신도 알겠지만, 시간은 당신의 세계에서만 존재해요. 나의 세계는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죠.”


“당신은 어디서 왔는데요?”


“물론, 난 분명 어디서론가 왔어요. 여기와는 다른 곳이죠, 그리고 거기에 나같은 존재들은 더 존재해요. 당신이 나의 세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한다는 걸 알지만, 솔직히 지금으로썬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아.., 잠시만요. 만약 시간 상 다른 곳에 환생하게 된다면, 한번 쯤 내 자신과 맞닥뜨린 적도 있을 수 있겠네요.”


“그럼요. 항상 일어나는 일이죠. 그리고 두 생애 다 자신의 삶 밖에 인지할 수 없으니, 당신은 그런 일이 일어나는 지도 모르고요.”


“그럼 도대체 이러한 일을 하는 목적이 뭐인거죠?”


“지금 진심인가요?, 진심으로 나에게 삶의 목적을 물어보고 있는 건가요? 약간 진부한 질문이라고 생각 안해요?”


“타당한 질문이라고 생각 하는데요?” 


나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삶의 목적, 그리고 내가 이 모든 세계를 만든 이유는, 당신의 성장을 위해서에요.”


“인류 전체 말이에요? 우리가 다 성장하기를 원하는 건가요?”


“아뇨, 당신 한 명이요. 난 이 모든 세계를 당신 하나를 위해 만들었어요. 새로운 생애 하나 하나마다 당신은 자라고 성숙해져서 더 크고 대단한 지능을 가지게 될꺼에요.”


“저만요? 다른 사람들은요?”


“다른 사람들은 없어요.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건 당신과 저 뿐이에요.”


당신은 나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지구 상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다 당신이에요. 당신의 각기 다른 환생이죠.”


“잠시만요. 내가 모두란 말이에요!?”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 하는군요!”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았던 모든 인간이라는 건가요?”


“그리고 이 후에 살 모든 인간이기도 하죠.”


“내가 아브라함 링컨이였어요?”


“그리고 존 부스 (역주: 링컨의 살인자)이기도 했죠.”


“내가 히틀러였다고요?” 당신은 끔찍한 듯 물었다.


“그리고 그가 살해한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였죠.”


"내가 예수님이였단 말인가요?"


"그리고 그를 따른 모든 사람들이었죠."


이내 당신은 조용해졌다.


"당신이 어떤 사람을 피해줄 때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피해주고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배풀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한거죠.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겪은 행복과 불행을 당신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꺼에요."



당신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왜죠? 왜 이 모든 걸 하는 거죠?"


"왜냐하면 어느날, 당신은 나와 같이 될 것이거든요. 그게 당신의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나와 같은 부류이죠. 나의 자식이에요."


"우와," 당신이 놀라서 말했다. 


"내가 신이란 말인가요?"


"아니, 아직은 아니에요. 당신은 태아에 불과하죠. 아직도 자라고 있는 태아 입니다. 시간 상의 모든 생애를 다 살았을 때, 신으로 태어날 만큼 자라나 있을 꺼에요."


"그럼 이 모든 세계가," 당신이 말했다, "그저…"


"알과 같은 거죠." 내가 대답했다. 


"자, 이제 다음 생애로 환생할 시간이군요."




그리고 난 당신을 보내주었다.

반응형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