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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10년지기였었던 친구 한명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내성적이기 보단, 그저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 자체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막상 친해지면 장난도 잘 받아주고 이야기도 잘 하는 성격의 소유자 였습니다.
저는 그와 반대로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항상 혼자서 있었던 그 친구를 볼때마다, 제가 먼저 다가가고 이야기하고 하다보니 사이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성인이 되자마자 3년 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랑 헤어 졌습니다. 누구나 실연의 아픔을 겪곤 하지만, 그 친구는 성격상 더욱 더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던 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진 이유가 여자친구의 자격지심이 컸기 때문 이었지요.
친구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하게 되었는데, 여자친구는 재수를 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한 열등감이 커져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던 것 입니다.
그 후 얼마 뒤에 그나마 친구 하나 있었던, 저를 불렀습니다. 그러고 대뜸 한단 말이 자살을 하겠다는 것 입니다. 그날 소주 각 세병 연달아 마셨습니다. 그 친구를 알게 된 기간 동안에 단 한 번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친구 였습니다.
저는 곧 바로 있었던 약속을 전부 취소하고, 그 친구만 만났습니다. 우울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애견카페도 가고 호수공원도 가고 평소 해보지도 않았던 맛집투어까지 하며 그 친구와 매일 같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 친구가 저한테 담배한대만 빌려달라, '나는 너랑 담배한대 펴보는게 소원이다 그정도는 들어줘라'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속으로는 참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죽기전에 어쨋거나 신호를 준다는 것이라 생각이 들기 때문 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제가 좋아하는 야외카페에서 만났었습니다. 저는 아무리 그래도 도저히 자살하지 말라는 소리는 꺼낼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잘못 말하면 오히려 역효과 날까 싶어, 도저히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를 말하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저는 그 날 '지훈이 넌 어쨋거나 왕고집이라, 내가 뭐라하건 내 말 안 들을거지? 그런데 여기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야외카페야, 난 너가 죽으면 여길 올때마다 너 생각이 날거야' 라고만 말했고, 그 후 한동안 침묵만 이어지다, 다시 평소처럼 저는 헛소리 시작으로, 그 친구는 머쓱하게 웃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 날이 그렇게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 되었습니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세명 정도 있었지만, 사실상 웃고 장난치는 찐친이라고 할 사람은 저 하나가 다 였습니다.
저는 차라리 이럴거면, 이렇게 끝날 것이었다면 차라리 죽지 말라고 계속 애원이라도 했어야 하는, 후회가 너무도 몰려와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에겐 큰일이 났다는 핑계와 나중에 이야기 해 주겠다는 말을 한 채로, 그저 집구석에 박혀서 나가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일주일 있다보니, 어느 날 친구가 꿈에 나왔습니다.
맨날 버릇처럼 말하는 '이 자식아~~' 이러면서 '씨익' 웃더니 자기 고양이 잘 보살펴 달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다음 날에 그 친구 어머니가 갑자기 고양이 키울 생각 없냐고, 그 친구가 너한테 꼭 전해 주라고 했다고 그러더랍니다.
저는 그 친구가 동물 키우는지 아예 몰랐었는데, 미신 같은거 하나도 안 믿는데, 그 날은 정말 신기하고 너무 슬프고 그랬었습니다. 현재 그 고양이는 잘 키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느샌가 친구가 자살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많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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