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새해가 되고 저는 어릴 때 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강원도에 있는 콘도에서 4박 5일간 회도 사먹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술도 한잔 걸치고 재미있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4박 5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저와 친구들은 콘도 근처에 있는 오대산의 정상을 찍고 돌아가자는 의견이 나왔고, 괜찮다는 생각에 곧장 차를 타고 오대산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오대산으로 가는 도중에 한 스님이 저희에게 손을 휘저으며 오시더니, 오대산까지 같이 태워 달라는 것 이였습니다. 마침 우리도 오대산 가는 길이고 해서, 태워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저희를 쭉 둘러 보시고는 이내 하시는 말이, 산에 올라가지 않는게 좋겠다고 하셨지만 저희는 듣는 둥 마는 둥 하였습니다.

그렇게 스님을 내려 드린 뒤, 오대산 입구에 차를 세우고 산에 올라갈 채비는 하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오후 2시였습니다.

친구들 중 제가 제일 산에 대한 경험도 별로 없고, 체력도 별로 좋지 않아 30분 정도 오르고 났더니, 친구 두명과 약 50미터 정도 차이를 두게 되었습니다.

정면에서 50미터는 그리 먼거리가 아니지만 등산 길에서의 50미터는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1시간 가까이 올라갔더니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갔습니다.

한 3시가 되었을까,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겨울산은 금방 어두워진다는 것을...

그렇게 올라갔을 때 산에서, 두 가지 갈래길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왼쪽은 절 입구, 오른쪽은 다시 비로봉을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친구들이 연락이 되지 않아 당연히 산을 타러 올라간 줄 알았습니다.

물론 그 때도 많은 사람들은 산에서 내려오고 있어서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올라가자 약간 초조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생겼지만 친구들도 주위에 없고, 겨울산을 혼자 오르는 두려움이 점점 커지기 시작 했습니다.

앞으로 먼저 갔던 친구들이 계속 산에 오르고 있고, 만약 제가 올라가지 않으면 그 친구들이 산 정상에서 절 계속 기다릴거라는 생각에 저는 어쩔 수 없이 겨울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겨울의 산은 3시만 좀 넘어도 사방은 금세 어두워졌고, 비로봉의 2/3 정도까지 오르자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제 그냥 내려가야 하나, 올라가야 하나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 찬바람과 동물소리 등을 이기면서 저는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 때 무슨 확신으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오후 4시가 넘자 사방은 어두워졌고 비로봉에 친구들이 없으면 어떡하나와 같은 두려운 마음이 저를 누르고 있었고, 이상한 기운과 누군가 나를 쳐다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저는 아주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두려움과 싸우면서 산에 올랐습니다. 아무런 장비 없이 기어 가듯이 산을 올랐지만
두려움은 더욱 커졌습니다.

저는 겨우겨우 힘겹게 비로봉에 올라왔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오르자 마자

 


"야이 개X끼들아!!!!"

 


라고 거의 토하듯 울부 짖으며 무릎을 끓고 절망하면서 살기 위한 모색을 하였습니다. 갖은 고민 끝에 두 가지 결론이 나왔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겨울 산이기 때문에 내려가다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이용하여 119에 요청하여 헬기를 타고 지상으로 가거나, 아니면 휴대폰이 안될 경우 날이 밝을 때까지 여기서 기다린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그냥 내려간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 하려고 하는 그 때, 휴대폰으로 당시에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난 살았다!' 라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으려는데, 받자 마자 휴대폰이 자동으로 꺼져 버리는 것이였습니다.

분명 휴대폰 밧데리가 1초 전만 해도 95% 이상으료 표시가 났었는데, 밧데리가 없다라는 표시가 되면서 자동으로 꺼져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계속 휴대폰을 켜봤지만 켜지지 않았고, 이렇게 여기 있다간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내려가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내려갈때 양손을 벌리면서 눈썰매를 타듯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돌이나 나무에 살갖이 까이고 찢기면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이 너무 쌓여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낭떠러지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식으로 내려오길 30분.. 저는 온몸에 상처와 피가 넘쳐났고 옷은 완전 걸레가 되었습니다. 3시간이 넘는 코스를 수영하듯 내려온 통에 30분만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내려오자 그 절이 보였습니다. 그 갈래길에서 쓰러지듯 누워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저를 이상하게 쳐다 보았지만, 저는 그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오자 바로 공포감이 저를 뒤덮었습니다.

내가 방금 겪은 것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그 공포감은 오대산 입구로 내려올때까지 이어졌으며.. 친구들과 함께 타고온 차가 보이자 저는 거기에 있는 친구들을 보았습니다.

그 친구들은 저를 처음 보더니 대체 어디갔었냐구 화를 내는 것이였습니다. 제가 산에 올라갔다고 하자 그 친구들은 깜짝 놀라며 자기들은 그 절에서 비빔밥을 먹으면서 저를 기다렸다는 거였지요.

겨울 밤 산이라 당연히 제가 오르지 않았을 꺼라면서...

 

차에 시동을 켜자, 갑자기 제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은 자동으로 켜지며 밧데리는 다시 4칸으로 변해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화들짝 놀랬지만, 바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당시에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아까 전화 했었는지 물어보자, 자기는 오늘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 이었습니다.

순간 저의 모든 머리카락이 쭈빗 쭈빗 쓰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도대체 나는 오늘 무슨 일을 겪은거지 하며 그렇게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