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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굉장히 못생긴 얼굴을 가진 채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제 얼굴은 전반적으로 이쁜 구석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 중에서 단연 압권인 부분은 단추 구멍보다 작은 눈 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이 작고, 굉장히 심각한 안검하수 때문에 음흉하고 음침해 보였고,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에 대해 구별이 하나도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선생님들은 제가 자꾸만 졸고 있는 줄 알고 눈뜨라고 지적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얼굴 전반적으로 여드름이 나기 시작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외모로 인한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이지 않았나 싶었는데, 얼굴 전체를 뒤덮을 만큼, 여드름으로 가득해지기 시작했고, 굉장히 울긋불긋한 여드름이 얼굴 전체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 전부터 외모로, 특히 눈으로 놀림 받거나 했는데, 여드름이 심각해 지면서 아이들의 선 넘는 차별이 시작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때만 해도 친구도 많았고 활발했던 저 였는데, 언제부턴가 친구들이 저를 '나댄다' 면서 굉장히 싫어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어른들은 만날 때 마다 '예전엔 참 귀여웠던거 같은데', '여자애는 외모가 중요한데' 라면서, 여드름이 나면서 부터 이런 이야길 들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씻고 다녀라 더러워 죽겠다', '너 진짜 음침하게 생겼어, 별명을 음침이로 하자'라고 대놓고 말했고, 중학생 이후로 친구들디 잘 생기지도 않았고, 전 '왕따'가 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왕따'를 당하던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긴 했지만, 일반적인 애들 대부분은 저를 무시하고 막 대했습니다. 체조 실습 시간에 일반 아이와 같은팀이 되었는데, 실습이 손을 잡아야 함에도 손 잡지말고 옷을 잡으라면서 더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남자애들은 대놓고 싫어하면서 외모 지적을 해서 상처를 주곤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냈고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 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엄청나게 소심한 성격이 되었고, 말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 졌으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무서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인기피증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취업을 했을 때에도, 왜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냐는 이야길 들었고, 너무 소극적이라는 말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외모의 콤플렉스가 점점 심해졌기 때문에, 큰 결심을 하고 대출을 받아 성형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성인이 되면서 여드름은 없어졌지만, 안검하수가 너무 심했고 보험이 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성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눈을 크게 떠 보라고 했지만, 힘을 주나 주지 않으나 큰 차이가 없었고, 눈에 지방이 너무 많아서 미간을 넓힌 뒤 앞트임을 하고, 눈매교정과 지방제거 수술에 쌍커플 수술과 같은 대수술을 권유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셨습니다. 

 

대출을 끼고 하는 수술에, 얼굴에 칼을 댄다는 것이 너무 무서웠지만 도저히 이렇게 살 자신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러고 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굉장히 화를 내셨고, '엄마가 낳아 준 얼굴에 칼을 대냐' 면서 노발대발 하고, 돈이 어디서 났냐는 말에 대출을 받았다는 말에 2차로 노발대발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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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엄청 대박이었습니다. 진짜 엄청 못생겨서 욕먹던 얼굴에서, 20대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붓기가 빠지고 외모가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불같이 화를 내시던 어머니는 성형 왜 했냐는 말이 쏙 들어 가셨습니다. 

 

성형이 잘 되고 나서 저는 앞으로 20대 평균 이상의 여자처럼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그러지 못 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중증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우울증의 원인은 '못생긴 외모' 였습니다. 

 

성형 전, 거울을 봣을 때 진짜 괴물 같이 생긴 사람처럼 보였고, 어디 안면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 증상은 성형을 하고 나서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밖을 나가지도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나갈 땐, 후드나 마스크, 모자로 얼굴을 다 가려야지만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전 20대 초반을 밖을 나가지 못한 채 히키코모리 처럼 살았습니다. 

 

밖에 나가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를 손가락질 하면서 외모 지적을 할 것이라 생각했고, 사람들이 다 저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 이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진 모르겠지만, 거울을 보면 안면 장애인 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이 것이 정신병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해가 지난 뒤 였습니다. 저는 정신과에 가서 가지고 있던 모든 고민을 털어 놓았는데, 외모가 너무 못생겨서 밖을 나갈 수 없었고,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서 나갈 수 없었고, 사람들이 다 저를 피하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는데,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정말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전혀 그런 고민 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인관계가 어려워서 이유를 찾다보니 그런 생각까지 하는 것 같다' 면서 외모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이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당연히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만 생각 했는데, 그렇게 병원을 다니면서 운둔 생활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 했습니다. 종종 번호를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조금만 호의를 베풀어도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꽤나 있었는데, 궁금해서 아는 언니에게 고민 상담을 했습니다. 

 

그 언니가 굉장히 당황스러워 하면서, '성형하고 나서 용 돼서 그런거다', '성형해 주신 의사 선생님께 하루에 100번 절 해야 될 정도다', '그리고 그 정도면 못생긴게 아니라 오히려 이쁜 외모다', '그런 고민을 하는 이유를 하나도 모르겠다' 고 말 하더군요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은 증상이 많이 나아졌는데, 어느 날 거울에 안면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이던 증상이 점점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제대로 낫질 않아서, 가끔 거울을 보면 안면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날이 종종 있긴 합니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사람으로 보이곤 하더군요. 그래서 현재는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회생활 할 때에는 최대한 말을 안하고 듣기만 해도, 예전의 말 못하는 왕따처럼 보지는 않더군요 

 

늦바람 들어서 클럽도 가고 비키니 입고 워터파크도 가면서 인싸들이 하는 놀이들을 해봤는데, 저 한테는 엄청난 결심을 하고 준비를 해야 갈 수 있을까 말까한 장소이긴 합니다.

 

솔직히 집에서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 쐬면서 유튜브 보거나, 게임 하는 것이 훨씬 재밌긴 합니다. 

 

결론적으로 학창시절에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되질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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