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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바 시의 어느 뒷골목에는 늙은 창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추레한 몸매와, 자글자글한 주름에 곰팡이 냄새가 나는 로브를 걸치고, 젊을적에도 그리 아름답지 않았을 것만 같은 외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 늙은 창녀에게 찾아오는 손님은, 길거리 거지와 빈자들, 병에 걸린 자들, 그리고 어느 작은 한 어릿광대 뿐이었다. 

 

 

"평생 동정이신 복된 마리아여, 아멘..."

 

"성모께서도 어릿광대, 당신을 축복 하실겁니다. 그러니 이제 일어나십시오. 그리고, 다음 부터는 수도사가 아닌 정식 사제에게 축복을 부탁 드리세요, 저는 그저 방랑 수도사일 뿐입니다."

 

"축복은 많을수록 좋지요 수도사님, 아무튼,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크크.. 전 그럼 이만.."

 

"당분간은 파도바 시에 머물러야겠군.. 아름다운 도시야"

 

  

어릿광대의 이름은 피에트로, 그가 하는 일은 사람이 제일 많은 오후에 시장에서 여러가지 공연을 하면서 푼돈을 버는 정도였다.

 

 

"집은 있습니까, 피에트로?"

 

"아니요, 집은 없습니다.. 그냥 길거리에서 자거나, 버는 돈으로 검은 빵 몇 조각을 사먹거나, 주점의 잡탕죽을 먹는 것이 다 입니다.."

 

"그것 참.. 나와 같군요, 피에트로 나도 길에서 잡니다. 당신에게 노숙하기 좋은 잠자리를 추천 받을 수 있겠군요."

 

"스.. 스테파노 수도사님...!"

 

 

피에트로는 괜찮은 친구였다. 나는 파도바에서 수행하는 동안 그를 위해 기도해주기로 했고, 그가 나에게 파도바 시의 지리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알려 주었기에, 그것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호의였다.

 

 

"오늘도 성모 마리에께서 피에트로 당신을 축복하시길, 남을 기쁘게 해주는 자는 결코 악한 자가 아닙니다."

 

"아멘...."

 

 

나는 피에트로의 안내를 받아 파도바 시를 돌아다녔다. 피에트로는 파도바 시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특히 성 안토니오에 대해서는 종교에 귀의한 나 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난쟁이에, 우스꽝스러운 얼굴에, 몸은 씻지 못해 더럽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적에 인간의 몸에 아름다운 것들을 하나씩 가뎌자 놓으셨다면, 피에트로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주신 것이리라.

 

피에트로와 나는 좋은 좋은 친구가 될 예정이라 생각한다, 그저 별 다를 것 없었던 어느 날에 나의 호기심만 아니었다면...

 

 

"피에트로! 어딜 그리 바삐 가십.. 음 안들렸나?" 

 

 

피에트로는 들리지 않았는지 급히 발걸음을 옴겼고, 수도사는 따라가서 오늘 기도를 마저 해주기로 결심했다. 어딜 그리 바삐 가는지 남 몰래 선행이라도 하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수도사도 빠르게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에트로가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간 곳은, 파도바 뒷골목에 있었던 창녀촌 이었고 수도사는 '주님, 부디 피에트로를 용서해주십시오' 라는 기도와 함께 멈춰서게 된다. 그렇게 다음날..

 

 

"피에트로! 오늘 기도는 평소보다 좀 더 길 예정 입니다."

 

"예에..? 왜 그러시죠? 설마 오늘 도시를 떠나십니까?"

 

"피에트로, 이유는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매음굴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수..수사님...!"

 

"매춘부들은 사탄에게 영혼을 판 자 들입니다. 피에트로, 사람들이 당신을 광대라고 천대하지만, 나는 당신이 깨끗한 영혼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매춘부들을 만나지 마십시오.. 부탁합니다 피에트로.."

 

 

이때 나는, 피에트로가 승낙하거나 거부할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설령 거부하더라도 나는 피에트로를 좋은 길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매춘부는 더러운 이들입니까?, 신에게 버림 받았습니까?.."

 

"슬프게도, 그렇습니다 피에트로.."

 

"그럼.. 매춘부를 사랑하는 나도 신에게 버림 받은 것 입니까.......?"

 

"피에트로....?"

 

"답을 해 주시지 않는군요 수도사님..."

 

 

피에트로는 울면서 이내 뛰쳐나갔다. 그 뒤에도 나는 피에트로를 찾으려 했지만,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시장에도, 그 어느 곳에도 피에트로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피에트로를 보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 파도바 시를 떠나는 날 성당의 근처에서 였다.

 

 

"저기 저 늙은 창녀를 죽여라!!"

 

"돌을 던져서 죽여라!!"

 

"죽여!! 죽여버려!!"

 

"아니 이보시오, 저 늙은 창녀에게 왜 돌을 던지는 것 입니까?"

 

"저 냄새나는 창녀가, 감히 성당에 들어가서 사제에게 성모 마리아의 축복을 요구했습니다!"

 

"네..? 도대체 왜.. 그런짓을? 일단 돌팔매질을 멈춰야 해...!"

 

 

그때였다, 일주일 채 보이지 않던 피에트로가 나타나선, 그 늙은 창녀를 가로막고 돌팔매질을 막는 것 이었다.

 

 

"다들 그만두세요! 멈추세요! 멈춰요 제발!"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피에트로에게 까지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수도사는 '피에트로가 사랑한 창녀가 저 추레하고 늙은 창녀였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들 앞에 서서 돌팔매질을 가로막기에 이른다.

 

 

"파도바 시민 여러분! 부디 이 가여운 창녀와 어릿광대에게 돌팔매질을 멈춰 주십시오!, 나는 스테파노 수도사 입니다.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고 있고, 이탈리아의 남쪽 끝 시칠리아에도 가봤고, 북족 끝 밀라노에도 가 보았습니다만, 그 어디에도 이렇게 가난하고 가여운 자들을 이토록 모질게 대하지는 않았습니다!"

 

"파도바의 시민 여러분! 부디 이 가엽고 비천한 자들을 더욱 더 비참한 구렁텅이로 내 몰지 말아주십시오!"

 

 

그제서야 시민들은 돌팔매질을 멈추었고, 수도사는 피에트로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피에트로,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어..어머니..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데 없으십니까??"

 

 

그렇다, 그 늙고 추레한 창녀는 바로 피에트로의 어머니 였던 것이었다. 그제야 자기 잘못을 깨달은 수도사는 그저 멍하니 피에트로와 그 어머니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 갑시다.. 우리 여길 떠납시다.."

 

"피에트로..! 떠나다니, 어디로?"

 

 

피에트로는 수도사를 쳐다보며 말을 하려다, 이내 입 밖에 꺼내지 않은 채, 자신의 어머니를 부축하고 떠나기 시작했다. 마치 어디든, 어떻게든 떠나야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자신들을 받아 줄 곳이 없는, 소외된 어릿광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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