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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위치는 주상복합 단지의 상가에 있었습니다.

 

영화관도 있었고 마트, 여러 가게들이 많이 들어선 상가 이기에, 음식 장사 하기엔 최적의 장소였지만, 그만큼 세가 굉장히 높았었습니다. 자리는 20인 정도가 착석할 수 있게 세팅이 되어 있고, 홀서빙 종업원은 저 포함 3명 정도 있었습니다. 

 

사모님이 홀서빙도 간간히 도우시지만, 보통 카운터에서 계산 하시고, 사장님과 요리사 식모님이 밑작업과 메인 요리를 하셨고, 제가 바쁠땐 주방 보조로 들어가거나 홀서빙하거나 했고, 나머지 2명이 홀서빙 및 청소를 도 맡아서 하곤 했습니다.

 

저는 거기서 1년 넘게 일을 하게 되었고, 사장님과 사모님이 굉장히 좋으신 분 이어서, 알바비도 당시 최저임금보다 높았고, 식사는 기본이고, 가끔씩 보너스도 주셨기 때문에 다른 알바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학땐 풀타임으로 나갔고, 학교 다닐땐 저녁 마감타임으로만 일하면서 열심히 알바비를 벌었습니다.

 

알바 초반엔 장사가 굉장히 잘 되었습니다. 저 말고도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3~4명을 두어도 손이 모자라서, 사모님이 카운터에 계속 있을 수 없을 정도였고, 저도 주방이 바쁘면 보조로 하루종일 일을 하거나, 서빙이 바쁘면 서빙을 하느라 주방에 들어가질 못할 정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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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반년 정도 지나고 부터 터졌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손님은 여전히 많이 앉아 있었는데, 순수익이 꾸준하게 줄어서 어느샌가 적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좋아지겠지 하고 지켜 보셨는데, 결국 알바생을 몇 명 정리하게 되었고, 식당 이모 한명을 내보내게 될 지경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사장님네 부부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특히 사모님은 살집이 좀 있으셨는데 살이 엄청 빠지신게 느껴질 정도 였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과 사모님과 그래도 좋은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저까지 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구두장이 3명이 모이면 제갈량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듯, 그렇게 식당을 주시하면서 서로 분석한 결과 어느정도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잉여 손님' 때문 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인접한 곳이어서 그런지 주부 손님들이 많았고, 그들은 3~4명씩 몰려 다녔는데, 유모차나 어린아이를 대동해서 오곤 했습니다. 

 

주부들은 자신들의 음식을 시키긴 했지만, 어린아이들 음식까진 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용하는 식기, 물, 테이블과 같은 것은 이용 했습니다. 

 

원래라면 4인분을 시켰으니 한 테이블만 쓰면 되겠지만, 아이들까지 대동하는 바람에 두 테이블을 사용했고, 거기에 사용했던 식기, 물, 먹다남은 음식들의 흔적을 남기면서 떠나곤 했습니다. 

 

음식점을 해봤던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회전율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안 그래도 많지도 않은 테이블을 더블로 쓰면서, 거기에 잡아먹는 시간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1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까지 사용하다가 가곤 했습니다. 

 

식당에서 주는 무료 커피를 들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다시 테이블로 와서 실컷 떠들다가 점심시간 다 지나서 나가곤 했으니, 이런 주부팀이 두, 세팀이 넘어가게 되면 그날 장사는 완전 종쳤던 것이었죠. 북적하긴 엄청 북적한데, 회전율은 현격하게 줄었으니, 이런게 쌓이다 결국 손해가 나기 시작 했던 것 입니다.

 

그래서 사장님과 사모님과 저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 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 했습니다.

 

가게 벽과 메뉴판에 '한 좌석 손님당 1인분을 시켜주세요', '점심시간엔 다음 손님을 위해 1시간까지 이용 부탁 드립니다'  라고 써 붙인 뒤, 사모님이 계산대 앞에서 궁금한 사항은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주부들의 반발이 제일 심했고, 나름 단골 손님들 이어서 그런지 따지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우리가 팔아준게 얼만데 이러냐' 라면서 따지면 사모님은 '그동안 점점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지면서 폐업 직전이라 어쩔 수 없었다' 라고 이야기 하셨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의제기를 다시 하는 주부들은 없었습니다. 

 

테이블 회전율이 부족해서 폐업 직전이라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할 순 없었겠죠. 결국 주부 손님들은 점점 줄었고, 나름 단골들이라 잠시 매출이 줄었으나, 그렇게 한 달정도 지났을 무렵 그 빈자리에는 평일에는 근처 회사원들이 채워 나갔고, 휴일에는 학생, 커플들이 채워 주었습니다. 

 

생각보면 원래 맛도 있었고, 가게 입지도 괜찮았기 때문에 그 동안 이윤이 남지 않았던 것이 의아할 정도 였죠.

 

이때 저는 아무리 맛있고 가게가 바쁘게 일을 해도 폐업할 수도 있구나 라는 걸 경험했고,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가 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님은 남자 회사원이 최고인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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