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제가 다니는 회사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성비는 대략 남자 6, 여자 4 정도로 비율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팀이 인원이 부족하여 인원충원을 요청 하기를 3개월 정도 지났는데, 드디어 저에게도 후임자가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후임자의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았습니다.

 

살짝 통통하고, 짧게 자른 투블럭 머리와, 직장이지만 개성을 버릴 수 없다는 듯 회색 마이 위로 셔츠 깃을 빼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고 듣던 페미니스트를 본 느낌이었고, 실제로 엮이는 것은 저도 처음이기에 살짝 긴장이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는 근무 첫날부터 미생 드라마도 보질 않은건지, 회사의 클라우드에 있는 폴더를 자기 입맛대로 변경하기 시작 했습니다. 회사에 정해진 규율이 있고, 시스템이 있는건데, 멋대로 바꿔 버렸는데, 전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내에 여자 팀장님이 계셨는데, 별명이 '폭군 엠페러' 였던 만큼, 굉장히 무서우신 팀장님 이셨습니다. 제가 회사 클라우트가 더 망가지기 전에, 팀장님께 그대로 보고 드렸더니, 곧장 황제처럼 자켓을 펄럭이시면서 신입의 자리로 와서, 첫 날부터 사고를 치냐고 30분 가까운 시간을 갈구기 시작 했습니다.

 

그쯤 되니 신입은 발을 베베 꼬면서 안 듣는 시늉을 시작했고, 전 속으로 기뻐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 행동으로 어마어마하게 욕을 먹고, 탈수기 돌리듯 탈탈 털렸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반응형

팀장님은 'OO씨 혹시 지금 내 말 안듣고 있어?' 라고 했고, 페미니스트 신입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는데, 팀장님은 그 모습을 보고 극대노 상태로 바뀌었고, 팀장님은 목소리 톤이 높아지며, '왜 주먹을 쥐고 있어요?, 지금 나 한대 칠려고?' 라고 일갈 하셨습니다.

 

회사의 사람들이 한, 둘 쳐다보기 시작하자, 신입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라고 하더군요, 그 후에 자리에서 숨죽여서 울기 시작했고, 팀장님은 저한테 오면서 지나가는 말로 '달래줘' 라고 한마디 하고 가셨습니다. 

 

저는 음료 2개를 들고 그녀 자리로 가서 음료수를 내밀었는데, '전 단거 안먹어요' 울면서 대답을 해서 빈정이 조금 상했지만, 그래도 데리고 나가서 휴지도 주면서 잘 달래 주었습니다.

 

밖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건데, 그녀는 반골 혹은 청개구리 스타일 이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멋대로 의도를 집어 넣어서 확대 해석 하는 버릇이 심했고, 제가 첫작품을 만들어서 힘들겠다고 했더니, 자기 혼자 첫작품을 처녀작으로 해석해서 그런 단어를 쓰냐고 저를 질책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짜증은 났지만, 일에 있어서 큰 트러블까진 없었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는데, 그러고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되었습니다. 

 

30대 후반의 여직원 한 명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초대장과 초콜렛을 같이 돌리고 있는데, 다들 축하 한다고 덕담을 주고 받을 때, 페미니스트 그녀는 충격적인 말을 던졌습니다. 

'결혼 왜 해요?, 커리어도 끊기고, 남편 서포트만 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라는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엄청 무례한 언사를 놓았고, 이 신입은 컨셉이 아니라 진짜 깊은 페미니스트임을 깨닫게 된 말이었습니다.

 

분위기가 냉랭해졌지만, 여직원은 신입의 손을 꼭 잡고 초대장을 주면서, '현실을 살아야 해 OO씨, 이럴땐 축하한다고 하는거야' 라고 했고, 그 친구는 자리에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해졌지만, 여직원은 1도 신경을 쓰지 않고 모두에데 초대장을 돌리고 자리로 돌아 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스트는 현실에선 최약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긴 하더군요

 

그 이후로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궁금한 마음도 생겨서 많이 칭찬해주고 잘 대해주면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사소한 것에도 그 신입을 칭찬하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서서히 그녀가 바뀌기 시작 했습니다. 

 

먼저 다가와서 업무 진행사항을 묻기도 했고, 아이디어도 내고 무엇보다 특유의 침울하고 다크한 표정에서, 웃음을 띄기 시작 했습니다. 직원들과 담배를 피면서, 이야기 했더니 잘했다고 하면서, 계속 그 친구한테 잘 대해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외형적인 변화도 찾아 오더군요. 머리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팀장님은 투블럭이 다 자랄때 까지 모자를 써도 된다고 허용까지 해 줄 정도로, 사내 분위기가 점점 밝아지기 시작 했습니다. 

 

거지같은 레슬러 스타일의 옷이나, 싱어송라이터나 입을 큰 셔츠도 점점 입지 않기 시작 했습니다. 

 

근데 엄청 큰 사건이 또 하나 터졌습니다. 제가 너무 잘해줬더니, 빼빼로데이에 뭐하냐고 그녀가 물어보더군요.. 전 아직 답을 하지 못했는데, 고급스럽게 거절하는 방법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고민이 되네요. 주변에 페미니스트가 있다면 잘해주지 마세요..

반응형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