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주 잠깐동안에 알고 지내던 여자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급하게 장례식 다녀온 뒤로 계속 속이 쓰리고 참담하고 그렇습니다.. 고인의 이야기를 함부로 쓴다는 것이 참 몹쓸 일일까 싶다가도, 주변에 기댈 곳 하나 없었던 그 친구를 누군가라도 추모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제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조금 풀고자 작성합니다. 저는 어릴 적 초등학교 입학을 막 앞둔 시점에, IMF를 직격으로 맞고 같이 살던 가족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저와 3살 터울 남동생은 고향이었던 부산 할머니집에 가게 되었고, 아버지는 서울에 일을 하기 위해 가셨으며, 어머니는 지인의 가게에 일하러 제주도에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초등학교 들어가는 순간부터..
하수구 작업자들이 작업 시에 절대로 하지 않는 행동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리에 절대 반응하지 않는 것 입니다. 특히 신입 작업자들 교육 할때도 주의를 주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예전에 신입 작업자 하나가 경력이 얼추 쌓여서 혼자서 하수구 작업을 하러 들어 되었을 때, 작업하는 곳 앞에서 계속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라는 겁니다. 도저히 사람이 있을 수 없는 아주 깊은 하수구 였기에, 계속 무시하면서 신경쓰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자기가 위치하고 있는 장소 옆까지 지나가면서, 순간 너무 무서워서 패닉에 빠져 발자국과 반대 방향으로 기어서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계속 정신없이 도망가다가 그만, 어디까지 왔는지, 지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
첫번째 사람이 죽어서 만든 방은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빈방을 만들지 않아야 하며, 최소 가족 단위 손님이나, 노름꾼들 같이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두번째 손님 중 자살하신 분이 생길 시에, 유서가 없거나, 무연고자 같은 고독하고 외로운 케이스일 경우에, 개인 사비를 털어서라도 장례를 치뤄 주어야 한다. 세번째 청소 해주시는 아주머니가 하시는 '느낌이 쎄하다', '낌새가 이상하다', '청소하는 방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스산하고 습하다' 와 같은 이야기를 최대한 귀담아 들어야 한다. 네번째 새벽 시간대의 12시부터 5시까지 '혼자서 오는 손님'을 최대한 기억해야 한다. 이쪽 계통에 오래 일 하신 분들은 들어오고 나가는 체크인, 체크아웃과 손님의 수를 웬만하면 잘 기억 해 두시는데, 아주..
나에겐 10년지기였었던 친구 한명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내성적이기 보단, 그저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 자체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막상 친해지면 장난도 잘 받아주고 이야기도 잘 하는 성격의 소유자 였습니다. 저는 그와 반대로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항상 혼자서 있었던 그 친구를 볼때마다, 제가 먼저 다가가고 이야기하고 하다보니 사이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성인이 되자마자 3년 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랑 헤어 졌습니다. 누구나 실연의 아픔을 겪곤 하지만, 그 친구는 성격상 더욱 더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던 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진 이유가 여자친구의 자격지심이 컸기 때문 이었지요. 친구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하게 되었..
방금 전 당신은 퇴근하던 도중에 차 사고로 인해 죽게 되었다. 다른 이들에겐 특별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당신에겐 어마어마하게 치명적이었기에 즉사하게 되었다. 당신은 죽기 전, 아내와 두 아이들을 남겼고, 그나마 하나 다행인 것은 큰 고통은 없는 죽음이였다. 방금 전 까지 응급요원들이 당신을 살리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을 다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말해, 당신의 몸은 아주 산산조각 나는 바람에 차라리 죽는게 나았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 결국 당신은 날 만났다. “무슨...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도대체가.. 여긴 어딘가요?” “당신은 방금 전에 죽었어요..” 굳이 돌려말할 필요는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었다. “트... 트럭이 눈 앞에 미끄러지고 있었는데...” “물론,..
새해가 되고 저는 어릴 때 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강원도에 있는 콘도에서 4박 5일간 회도 사먹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술도 한잔 걸치고 재미있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4박 5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저와 친구들은 콘도 근처에 있는 오대산의 정상을 찍고 돌아가자는 의견이 나왔고, 괜찮다는 생각에 곧장 차를 타고 오대산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오대산으로 가는 도중에 한 스님이 저희에게 손을 휘저으며 오시더니, 오대산까지 같이 태워 달라는 것 이였습니다. 마침 우리도 오대산 가는 길이고 해서, 태워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저희를 쭉 둘러 보시고는 이내 하시는 말이, 산에 올라가지 않는게 좋겠다고 하셨지만 저희는 듣는 둥 마는 둥 하였습니다. 그렇게 스님을 내려 드린 뒤, 오대산 입구에 차를 세..
그 일이 일어난지 벌써 한 2주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2주 전에 저는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와서 집으로 가던 길 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길의 맞은 편에서 한 여성분이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면서 걸어오고 있더군요.. 그런데 굉장히 이상 했습니다. 여성분 주위에 분명히 아무도 없는데 계속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처럼 걸어 오는 것 이었습니다. 이 야심한 새벽에 일면식도 없는 여성분이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아무도 없는데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걸어오면 누구나 이상하게 느끼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 맞은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의 도로변에는 자동차가 어쩌다 한대 씩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 외에 주변에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없는데 대화를 하며 여성분이 차츰 차츰..
고등학생 때 있었던 일 이었다. 당시에 나는 게임 같은 건 잘 안했고, 대신에 포털 사이트의 지식인에서 답변 다는 것을 즐겨 했었던 시절 이었다. 어느 날 지식인에서 자극적인 질문이 하나 올라 왔다. "16살 여중생인데 호기심에 친오빠랑 키스 했어요ㅠㅠ" 처음에는 그냥 정신나간 여자애라고 생각 했는데, 곧 사춘기 나이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실수라고 이해하기 시작했고, 후에 나는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친은 한국에서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절대로 하지 마세요" 나름 진심을 담아 충고하는 마음으로 답변을 했더니, 곧바로 채택 되었고, 내 답변에 댓글이 하나 달려있었다. "저기 제가 더 상담을 하고 싶은데 카톡 아이디를 알려주실 순 없나요? ㅠㅠ"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