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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한이야기/미스터리

청주 물탱크 살인사건

여러이야기 2024. 3. 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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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같은 비극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때에, 여느때처럼 평범했던 그 날 찾아오게 됩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들썩이던, 2002년 6월 5일에, 학교수업을 마치고 오후 5시쯤 집으로 돌아온 고등학생 아들은 문을열고 엄마를 찾았습니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던 가장이자 엄마인, 이정란씨, 그 날은 오랜만에 이씨의 휴가일이었고, 하루종일 집에 있을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집안 어디에서도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저녁을 준비한 듯, 부엌엔 저녁거리가 다듬어져있었습니다.

 

 

 



저녁을 준비하다 잠시 외출한 것이었을까, 하지만 집안에 모습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초여름의 더운 날씨에도 베란다문은 닫혀 있었고, 식탁의자 중 하나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집안상황을 보고 엄마가 청소를 하는 중이었나 생각한 아들은 엄마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신호음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전화기 선이 꽂혀있는 안방으로 들어가니 코드가 빠져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밤새 이정란씨를 기다렸고, 한 번도 연락없이 집을 비운 적이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아내가 들어오지 않자 남편은 범죄를 의심했습니다.

 

부부는 남편의 명의로 된 통장을 같이 쓰고 있었고, 남편은 통장내역을 조회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실종되었던 어제, 체크카드로 천만원이 인출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

평소 백원짜리 하나도 아껴쓰던 아내였고, 게다가 그 천만원은 몇년전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판정을 받았을 때, 합의금으로 받은 돈이었습니다.

.

남편의 몸과 바꾼 돈이라 절대 손도 대지않았던 아내였기에.. 남편은 바로 경찰서에 찾아갔고 아내가 실종되었다며 신고하였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아내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바람이 나서 가출했을거라고 했습니다. 천만원이 인출된 것이 그 증거라고 했습니다.

 

요즘 그런 사람들이 많다며 남자와 놀러 갔을테니 며칠만 기다리면 올거라고 말하며, 남편을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경찰이 실종신고를 받아주지않자, 남편은 직접 아내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금이 인출된 은행에서 중요한 단서를 하나 찾게 됩니다.

 

현금인출기 cctv 영상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남자가 아내의 체크카드로 돈을 인출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어렵게 얻은 cctv 영상을 들고 다시 경찰서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cctv 속 남자를 이정란씨의 내연남으로 봤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경찰의 도움을 포기하고 cctv속 남자의 얼굴이 담긴 전단지를 붙이며, 실종된 이정란씨를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청주시내 어디에서도 아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그녀를 봤다는 목격담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녀가 실종된지 23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가족들이 살고있는 3층짜리 건물에서 묘한 악취가 풍겨오고 있었습니다.

 

악취는 옥상쪽에서 나고 있었고, 냄새의 원인을 찾아 옥상을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한 아들..

 

냄새는 옥상문 옆에 있던 물탱크실에서 풍겨오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며 물탱크실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앞치마를 멘 채 앉은자세로 사망해 있는, 엄마 이정란씨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얼굴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고 머리는 산발이었습니다.

 

부패가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사인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물탱크실에서 시신이 발견된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씨가 실종된 이틀째 되던 날 가족들은 건물의 지하부터 옥상, 물탱크실까지 샅샅이 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발견되지않았던 시신이 왜 지금 발견된 것일까...

 

 

경찰은 범인이 시신을 다른곳에 보관하고있다가 후에, 물탱크실에 옮겨놓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피해자 이씨의 시신이 발견되자 경찰이 생각한 제일 유력한 용의자는 남편이었습니다.

 

아내 이씨는 당시, 청주지역 돼지띠 모임이라는 인터넷동호회에서 활동중이었습니다

 

아내가 동호회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를 하며 지냈기 때문에, 남편과 사이가 좋지않았고, 결국 남편이 아내를 살해 했을거란 추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1991년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발도 심하게 절었습니다.

 

그때의 사고로 1급 장애판정을 받은 남편은 만약 경찰의 추정대로 남편이 범인이라면, 한쪽 팔로 아내의 시신을 끌고 계단을 올라가 물탱크실에 유기했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경찰은 사건추정시간을 오후 3시30분에서 오후5시로 보았고, 사건이 벌어지던 날 오후, 이정란씨는 인터넷 동호회 회원 중 한 여성회원과 채팅을 했습니다.

 

여성은 그날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 마지막 대화를 한 동호회 멤버 -

 

" 그냥 일상적인 대화였어요. 특별히 기억나는건.. 그 친구가 아들 도시락인가? 밥을 해야한다고 나가서 대화가 끊어졌고, 오후 3시쯤이었던 같아요"

 

채팅이 끝난 시간은 정확하게 오후 3시 30분이었다. 부엌에 반찬거리가 정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채팅의 내용과 상황도 일치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일없이 일상을 보냈다는 말이 되며, 경찰은 이씨의 가족이 사는 3층 건물의 세입자들을 탐문수사 했습니다.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술집 종업원들이 세들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낮 시간에도 건물 전체가 비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누구도 그 시간대에 수상한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경찰은 이 사실로도 남편이 범인이라는 것이 입증된다고 했습니다.

 

집에 침입 흔적이 없고 수상한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은, 면식범, 그것도 아주 가까운 사람일 것이라는 추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 시간대에 알리바이가 있었고, 같이 일하는 사업자들과 함께 다녔던 사실이 확인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남편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사람을 시켜 살해했다면, 굳이 알리바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돈을 인출하던 cctv속 남자가 남편의 공범이라는 소리였습니다.

 

 

사건이 발생했던 시간대에 이씨의 집 전화기록에는, 어딘가에 전화를 건 통화기록이 남아있었습니다. 아내 이정란씨가 사용하고잇던 카드 회사의 콜센터였습니다.

 

 

 


누군가 이씨의 신용카드와 마이너스통장까지 빠짐없이 조회한기록이 통신기록으로 드러났습니다. 물탱크 밑에서는 이씨의 소지품도 발견 되었습니다.

 

 

 


범인은 가방과 지갑을 그대로 둔 채, 카드와 휴대폰만 훔쳐 달아났고, 돈을 인출한 시간은 오후5시 22분, 범인은 70만원씩 여러번에 나눠 돈을 인출했습니다.

 

 

 


이씨가 사라지고 그녀의 돈을 수일에 걸쳐 계속 빼내가고 있는데도 범인은 수사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찰이 피해자가 가출을 했다고 생각하고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씨가 실종되고, 이틀동안 그녀의 휴대폰은 청주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휴대폰의 이동 흔적도 이씨가 가출한 증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씨의 시신이 발견되고 남편이 용의선상에 오르자, 경찰의 주장은 바뀌었습니다.

 

남편이 공범에게 시켜 아내가 살아있는 것으로 조작하기 위해, 휴대폰 위치를 옮겨 다니게 했을거라는 추정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으며, 한심할 정도로 허술했던 경찰의 초동수사가 드러나는 사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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