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보조 계약직 직원이 자기를 '인사담당자'로 칭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33살의 직장인 입니다. 

 

H그룹에서 약 4년 정도 일을 하다가, 건강 상의 문제로 퇴사를 하였고, 현재는 지방의 중견기업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H그룹에서 4년동안 매일같이 야근하고, 제대로 쉬었던 기억이 없을 정도로 일에 매진하다 결국 신장이 완전히 망가지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내내 신장질환을 달고 살았었는데, 더 이상은 도저히 버티기가 어려워서 퇴사 후 수술을 하였고, 약 1년 정도 재활기간을 지나, 완전히 회복하여 현재는 고향으로 내려와 재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고향의 부모님 곁에 있으면 건강 챙기기도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좀 있는편이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경력으로 인해 다행스럽게도 제 고향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중견기업이 꽤나 많이 있어서, 중견기업 4군데를 지원해서 모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면접 때 다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우를 잘 해주셔서 너무도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연봉이 가장 높고, 출 퇴근 시간이 짧고,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10년이 넘는 회사를 선택하여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적응 기간에 있지만 다들 친절히 대해주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중에서 유독 제 신경을 거스르는 유일한 직원이 한 분 있었는데, 제목에 써 놨듯 경지부 소속의 사무보조 직원 이었습니다. 나이는 29세 정도로 들었고, 회사에 2년 계약직으로 입사하신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입사하는 당일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 분을 마주쳤는데, 저에게 본인이 이 회사의 '인사담당자'라고 소개를 하더군요. 보통 인사 업무를 맡고 있다 하더라도, '인사팀 소속 XXX 입니다.' 정도로만 하지, 굳이 자기 스스로를 '인사담당자 입니다.' 라고 소개 하시는 분은 듣도보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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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그 정도로 어리고 직급이 낮은 직원이 '인사'에 대한 권한을 받은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낯설게 느껴 졌습니다. '지방은 좀 다른가?' 라는 생각과 신기한 친구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 담당자와는 관련이 전혀 없었습니다. 심지어 인사팀 소속도 아니었고, 경지부 소속에 '사무보조' 정도만 하던 직원 이었는데, 제가 일하는 팀원들과 대화를 하던 도중 '아 저분 인사팀 소속이니까 제가 물어보고 올게요' 라고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저희 팀 과장님이 그게 무슨 소리냐면서, 저 직원은 그저 경지부 사무보조 직원이라고 황당해 하셨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엔 회의를 준비하던 도중, 그 직원이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왔는데, 마침 과장님께서 'XX씨, 새로 오신 분한테 인사담당자라고 소개 하던거 왜 그런거냐?' 라고 대놓고 물어 보시더군요

 

근데 답변이 더욱 황당 했습니다. 신입이나 경력직이나 이력서가 접수되면 자기가 서류를 걸러서 윗선에 보고 하는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스스로를 인사 담당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덥니다. 저도 그렇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팀 모두가 깜짝 놀랬습니다. 

 

사무보조 직원에게 그런 중책까지 맡기는 줄 몰랐기 때문에, 그래서 다들 대충 알겠다고 하고 보냈습니다. 나중에 인사팀 대리한테 저희 과장님이 '인사팀이 얼마나 바쁘길래 사무보조 직원한테 까지 손을 빌리는거냐' 라고 화를 내셨습니다. 

 

알고보니 인사팀에서 그 사무보조 직원에게 부탁을 한 부분은 이력서를 인사팀에게 보내기 전에, 한번 쭉 훑어보고 잘못 돈 이력서는 알아서 커트 해달라고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5년 이상 경력직 디자이너를 뽑는 자리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의 이력서나, 전문 기술직을 뽑고 있는데, 23~4살 정도의 음대를 막 졸업한 친구가 지원을 했다던가, 그런 일치하지 않는 이력서들을 제외해 달라고 했더랍니다.

 

포트폴리오가 필수인 직책에 누락을 했다던가, 자소서를 성의없게 두~세줄만 써서 지원을 했다던가 이런 이력서만 걸러 달라고 했던 것이 화근 이었습니다. 

 

지원자가 워낙 많았던 회사인 만큼, 인사팀에서 일일이 하나하나 다 보기는 버거웠어서, 어쩔 수 없이 필터링을 좀 해달라고 했었는데, '그 정도' 수준의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인사 담당자'라고 칭하는 그 분에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사회경험도 부족해서 그랬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 갔습니다.

 

그 후에 그 직원이 인사팀에게 다시 한 소리를 듣고 정신 차렸으면 좋았겠지만, 전혀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회의실에서 그 친구가 회의자료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저와 다른 직원이 대화를 하고 있는걸 엿들었나 봅니다. 

 

'회사가 너무 더운 것 같은데, 7월에 에어컨 26도는 너무하지 않은지, 한 2도 정도만 낮춰 달라고 건의 해보면 어떨지' 이런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직원이 불쑥 끼어 들더니, '지금 인사담당자 앞에서 회사 욕하시는 거냐' 면서 '이력서가 어디 있는지 다시 검토하러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겁니다.

 

저와 옆에 있던 직원이 어이가 없어서, '이력서를 왜 찾아요?'라고 되 물어봤습니다. 'XX대리님 이력서에 회사를 위해 희생 하겠다고 하신거 같은데 이렇게 불평하니까 증거를 보여드릴까 하구요' 라고 대답 하는 겁니다.

 

저는 애초에 그런 문장을 쓴 적도 없고, 썻다고 해도 이렇게 들먹이면서 협박 아닌 협박을 당할 이유도 모르겠어서, 한마디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XX씨가 뭔가 크게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XX씨가 하고 있는 일은 '인사 담당자' 업무라고 볼 수가 없고, 정 모르겠으면 같은 팀에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세요, 잘 가르쳐줄 거에요' 

 

라고 약간 쎄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냥 넘기기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 같아 바로 잡아줄 필요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그 친구가 화를 버럭 내면서, 방금 했던 말 인사고과에 그대로 반영 하겠다면서, 건강도 안 좋으신거 안 거르고 그대로 통과 시켜줬더니 고마워 할줄을 모른다, 잘 해줘봐야 소용이 없다고 하면서 문을 쾅 닫고 나가더군요

 

이때부턴 저도 도저히 웃어 넘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 했습니다. 남의 개인신상 들먹이면서 통과를 시켜주네 마네 하는 것이, 회사가 저로 인해 좀 시끄러워져도 꼭 짚고 넘어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저는 입사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은 사람이 다른 팀 어린 여직원 울린 사람 되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인사팀으로 발걸음을 옴기던 순간, 이미 그 직원이 자기 자리에서 저를 들먹이면서 펑펑 울고 있었고, 저와 같이 이던 직원이 바로 소환 되었습니다.

 

그래서 경영지원실에서 사람들이 다 보고 듣는데 말을 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업무를 굉장히 잘못 알고 있다', '자기가 '인사 담당자'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이야기 하고 다니는데, 자꾸 말실수 하길래 다른 데선 그러지 말라고 한 마디 했을 뿐이다', '그리고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 1년 쉬고 이 회사에 입사 한 것은 맞으나, 그 것을 저 직원이 뽑네 마네 거르네 마네 운운할 건 아니지 않나?'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정말 많이 참고 돌려서 이야기 했습니다. 툭 터놓고 말했으면서 '사무보조 직원이 주제넘게 인사 담당자라고 소개하고 다니면서, 인사팀 업무를 월권 행사 하고 다니고 있길래, 고까워서 한마디 했고, 내가 아무리 아파서 1년을 쉬었어도 겨우 이 정도 가지고 취직을 못했을 것 같나, 여러모로 분수에 맞지 않는 언행과 실언을 하길래 한마디 했을 뿐이다' 라고 말하려 했으나 참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저희팀 과장님, 부장님과 인사팀 과장님, 부장님이 만나서 앞으로 서류 받는 것 부터, 검수하고 점수 채점하는 모든 것을 인사팀에서 전담하기로 바뀌었습니다. 원래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맞겠지만, 경지부에서도 저에게 사과를 했고, 인사팀에서도 일을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에 그 직원이 저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습니다. 죄송한 듯 죄송하지 않아 보이게 쓰기도 힘들 것 가은데 참 가관이었습니다. 끝 문장에 '사직서를 쓸까 하는데 대리님 생각은 어떠세요?' 라면서 묻더군요 

 

본인이 사직을 하는 이유가 저 때문이라는 걸 티내고 싶은건지, 'XX씨 본인 일인데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 알아서 하시고 수고하세요' 라고 답 해주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속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