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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본인은 30대 초반 평범한 회사원이고, 옛날 생각이나서 (그렇게 먼 과거는 아니지만) 인생 막장까지 갔었던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자차 있고, 집은 서울의 부모님집 전세살이 하시는데, 평소에 모아둔 돈은 크게 없었고 천만원 정도.. 대신 다른 빚도 없었습니다.


그냥 돈 버는대로 쓰고 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보면 되는데, 일단 도박의 시작은 2021년 봄으로 기억하는데, 처음에 뱃트맨,  토토와 같은 합법적인 사이트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계기를 지금 돌이켜보면, 가난한 우리집에 대한 생각과, 남들은 코인이나 주식해서 잘버는거 같은데, 나만 멈춰있는거 같은 초조함, 그저 그런 월소득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뭉쳐서 돈에 대한 갈증이 있어서 시작이 된 것 같습니다.


처음 2~3개월 정도 일주일에 100만원을 쓰면, 수익이 80~120 언저리였고, 그냥 저냥 재미 못보는 토쟁이였다가, 우연히 2021년 여름에 사설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여기부터 제대로 잘못된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여기는 토토만 있는게 아니라 미니게임이 많았고, 그 중에 파워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픽 대충 꼴리는대로 배팅도 꼴리는대로 했었는데, 처음에 꼴아본 날을 아직도 기억이 나는게, 월급이 세후 350만원인데, 월급 받고 대략 5시간 만에 350만원을 다 잃게 됩니다.


일단 월급 받으면, 부모님 용돈, 통신비, 카드값, 차량보험, 기타 저축 등등 고정지출 비용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것들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것 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정말 오랜만에 대출이라는 걸 받게 되었는데, 그때 대출 규제다 뭐다해서, 1 금융 기대출이 있어서, 여기서는 못받았고, 2금융권에 4천만원을 받게 됩니다..

 

처음엔 나름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도박을 했는데, 단타로 치고 잘 빠져야 된다는 정도의 생각.. 오래할수록 승률 50%에서 점점 0%에 수렴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벌고 잃고 반복했는데, 이러는 사이에 뇌는 자나깨나 도박에 물들어갔고, 그래서 결국. 2금융권에서 대출 받은거 다 잃게 됩니다.


그러고 말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눈이 돌아가서 대부업체에 추가로 2건을 받게 되었고, 자동차 담보까지 받으면서, 신용카드 장기카드론 등등, 뽑을 수 있는 건 다 뽑아서 대출 받기 시작 했습니다.


사채에 월변대출까지 알아보고 대출을 받았는데, 그렇게까지 받으면 뭐하나.. 어차피 도박으로 다 잃는것을, 그렇게까지 하고 겨우 정신차려보니, 빚은 2억이 넘어가 있었습니다.


이때부턴 도저히 감당이 안되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사실을 다 말했고, 온갖 쌍욕을 듣고 사람새끼도 아니라고 집에서 쳐 나가라며 그런 소리를 듣게 됩니다.

 

다시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야지 하고, 다행히 변호사 잘 만나서 개인회생, 진행하고, 대략 5년 간 뭐 빠지게 성실히 살면 다시 도약할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다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임시조치만 했을 뿐, 정신상태는 여전히 도박중독에 절여져 있었고, 개인회생을 하면서도 1년간 나름 조절은 했다고 하지만 결국 계속 잃게 됩니다.

 

이때는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이었던, 8년간 다녔단 회사의 퇴직금 중도인출이었습니다.

 

대략 3천만원에 달하는 돈... 그걸 몇 주에 걸쳐서 다 잃게 됩니다.


개인회생 변제금조차 못 갚고 폐지되었고, 이건 다행히 몇 개월 간 빚독촉에 시달리다가, 개인워크아웃으로 넘어가서 어찌 마무리 되었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 시점부터 난 이세상에 존재하는데, 내 스스로가 나 같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이러다보니 회사에서도 근태 문제는 당연히 생겼고, 거울을 봐도 몰골이 정신이 반쯤 나간사람 같았습니다.


여기서 더 최악일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또 몇 년간 주변 사람들에게 쌓아왔던 성실한 이미지를 이용해서, 부모님이 아프다, 생활비가 급히 필요하다는 핑계로 약 20명에게 4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빌리게 됩니다.


빌리고 갚고, 빌리고 갚고, 그 사이에 회사 직원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이상한 놈으로 찍혀있었고, 알게 모르게 도박 중독자라는 소문까지 퍼지게 됩니다.


결국 여기서 또 다시 사채에 손을 댔으며, 사채가 뭔지 아는사람은 알겠지만, 간단히 말해서 30만원을 받으면, 일주일 후에 50만원으로 갚아야하는 미친 이자 상승률과 함께 빚으로 환산된다 보면 됩니다.


이런 개인 돈을 또 여러개 이용하다보니 빚을 충당하지 못해서, 또 다른 사채에 또 빌리고, 사채를 사채로 갚는 상황이 되버리게 됩니다.


개인 신용대출로 발생한 거는 개인워크 아웃으로 매달 갚아나가면 됐지만, 지인에게 아직 다 안 갚은 돈이 대략 천오백만원정도, 사채로 일주일에 갚아야 될 돈 천만원이었으며, 내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지만 세상 탓, 우리 가정이 가난한 탓 온갖 부정을 하며, 유서까지 작성하게 됩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부모님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고, 부모님에게

 

"정말 죄송해요.. 저는 세상에 도움이 안되는놈인것 같습니다. 살아서는 안될 짐승새끼가 사람 형태로 태어난것 같습니다, 이만 떠나겠습니다." 등등...


이렇게 말하니, 어머니는 통곡했고, 아버지는 화를 내면서도 너무 기가 막혀서 할말을 잃으셨으며, 그렇게 언제 어떻게 죽을지 고민하던 순간.. 큰 아버지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그때 들려주신 이야기인데, 아버지, 큰아버지 어렸을 적 큰아버지가 노름에 빠져 허우적 댈때 그 당시, 우리 아버지가 그 빚을 갚아줘서, 큰 은혜를 입으셨고, 이제 큰아버지께서 지난번 받은 도움을 갚겠다 하셨습니다.


그렇게 큰아버지가 크게 써주시고 아버지도 보태셔서 지인에게 빌린 돈, 사채 돈까지 갚아주셨습니다.

 

정말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거 같은 기분이 들었고,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돈이 있든 없든, 열심히만 살면 시간이 걸리더 라도 즐거운 일도 겪을 수 있고, 돈이 없어도 맘껏 누리지 못해도 평온하게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술 마실수도 있고, 연애도 맘껏 할수도 있는데..


무엇보다 내 인생이 소중하고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는데, 그깟 돈에 집착하는 것 때문에 내 삶을 망친게 정말 부모님께 너무나도 죄송하고 주변사람들에게 금전 피해를 끼친 것도 미안하고, 나 같은 쓰레기는 죽어야 마땅하다라는 죄책감이 계속속 들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약 6개월 전 이런 생각을 했고, 죽겠다는 결심보다는 그냥 이렇게 된 거 악착같이 살아보자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도박치료센터도 다니고 한 순간에 도박을 끊었던 거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이미지가 많이 망가졌기 때문에, 임원진 면담까지 해서 잘라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런 이야기까지 갔는데
일단 많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고, 어찌되었건 간에 금전 피해를 입힌 부분은 다 갚았으니, 다행히 다시 다닐 수 있었습니다.


매월 워크아웃 월변제금 갚아나가고 (월 150만원씩 8년간 갚아야 합니다.), 부모님께 돈 갚고 기타 내 생활비 쓰면
나한테 남는 찐 용돈은 30~40만원 밖에 되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삶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원래 한 순간에 도박에 쩔어서 뒤져야 할 팔자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신이 있다면 나를 구원 해준 것이고, 어쨌든 이렇게 죽을 운명은 아니 었나보다 하고, 맑은 하늘을 보고 웃을 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할 따름 입니다.


요즘 시대에 돈 한 푼도 없어서, 결혼은 꿈도 못 꾸고 30대 후반 되어서야 좋은사람 만나면 그때나 할 수 있겠다 싶지만, 그래도 그냥 지금 행복하면 된 것 같습니다.


그 당시 파워볼이나 사설토토에 안 빠졌어도, 언제나 돈을 쫓던 나는 언젠가는 여기에 빠졌을 운명이라는 건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미혼이고 애기도 없는 솔로였기에 여기서 마무리 된게 정말 마지막 제대로 살아볼 기회를 얻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순간에 돈 때문에 인생 나락가는 이런 경험 안해봤으면, 삶이 이렇게 소중한지 모르고 그냥 저냥 살다가 나이 먹었을거 같고, 그리고 도박해서 큰 돈을 따지 못해, 정말 아찔하도록 다행이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
만약에라도 도박으로 큰 돈이라도 벌었다면, 나중에 더 높이 올라간 순간에 더 크게 나락 갔을텐데...


그리고 이제는 취미도 생겼는데, 도박에 빠진 동안에 살도 많이쪘지만, 이제는 하루 일과 마치면, 산책하고 식단관리하고, 코인노래방 가서 스트레스 풀고, 1~2주에 한번  찐 친구들 만나서 술 한잔 기웃 거리고 그냥 이런거 자체가 너무 행복해서 가끔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사람 고쳐쓰는거 아니다, 사람은 안변한다 이런말을 자주 듣는데, 기본베이스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저런 고정관념 색안경낀 멘트에 지배되서 살다가 죽을바에, 정말 앞으로 10년, 20년 더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서,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산증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냥 옛날 생각에 젖어서 주절주절 적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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