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1.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왜 구해야 하는가?

 

사람의 생명의 가치는 '무한하다' 라고 말하는 건 쉽지만, 하지만 재정학적 측면의 비용-편익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저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입니다.

 

저 말대로라면,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얼마가 들건 해야 하는 일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도로의 횡단보도를 모조리 육교로 바꾸고 도로가에 울타리를 쳐버리면, 교통사고 비율이 매우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 입니다.

.

하지만 이게 과연 합리적인 방식인가하면, 절대 아닐 것 입니다.

 

좀더 현실적인 예를 들면, 자동차들은 연료 효율 기준을 준수하는데, 연료 효율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차의 중량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차는 일반적으로 경량화될수록 약해져서 사고시 사망확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면 이 연료 효율 기준은 전부 없어져야 할 것인가..

 

대충 이정도 설명하면 감이 왔을 텐데, 재정학적 측면에서는 사람의 생명에도 가치를 매겨야 하는 최소한의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가치들과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생명의 가치가 얼마인지 어떻게 구해야 하는가..

 

 

 

2. 가치를 구하는 첫 번째 방법 - 소득의 상실 규모

 

이 방법을 쉽게 설명하면, '생명의 가치 = 사람이 살아 있었으면 죽을때까지 벌었을 소득의 현재가치' 가 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사람의 미래소득의 총량 = 그 사람이 죽을때까지 생산했을 가치의 총량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래소득의 총량은 그 사람이 죽었을 때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같다는 논리이며, 실제로 이 논리는 법정에서 유족에 대한 보상금을 계산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소득능력이 없는 중증장애인, 노인 등의 생명의 가치는 0이 되어버리게 됩니다. 이는 곧 중증장애인이나 노인은 아무리 죽어나가도 '아무 신경 안써도 된다.' 라는 위험한 논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거부하는 계산법입니다.

 

 

 

3. 가치를 구하는 두 번째 방법 - 지불용의 가격 기준

 

어차피 정부의 프로젝트는 정확히 사람들의 생명에 어떻게 작용할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프로젝트는 대부분 그저 '사망할 확률'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까의 자동차를 예로 들면, 연료효율 기준때문에 차가 경량화되어도, 그 경량화때문에 어떤 사고가 나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망하게 될지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고시의 '사망확률'이 조금 올라갈 뿐

 

그러니 사람들이 그 '사망확률'에 대해서 스스로 얼마나 가치를 매기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의 요약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 직업이 두 가지가 있는데

 

10년 안에 사고사로 죽을 확률이 직업 A는 0.1%이고 직업 B는 0.2% / 그런데 연봉이 직업A는 천만원이고 직업B는 1억원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로시간을 계산해본 다음, 직업B를 선택하고 직업A를 최저임금 위반으로 고소할 것입니다. 그러면 '10년 내 사망확률 0.1% 차이보다는 연봉 9천만원 차이가 더 가치가 크다' 라고 선택한 게 되는 것 입니다.

 

반대로, 사망확률을 줄이기 위해 돈을 얼마나 쓸 것인가의 선택지도 있습니다. 화재시 사망확률을 1% 줄여주는 화재경보기를 사야할지 말아야 할지 등

 

 

 

4. 그렇다면 가치가 얼만인가?

 

연구에 따라 추정치에 매우 큰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생명의 가치는 4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사이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폭이 너무 커서 쓸모가 있을까 싶지만, 최소한 '약 1명분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없애기 위해 2000만달러를 씁시다' 라는 프로젝트를 기각하거나, '10만 달러만 쓰면 사람 두세명은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라는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데에 학문적인 근거로 사용이 가능한 것에 충분한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