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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지배계급의 분열
백제의 왕족과 건국세력들은 만주의 부여와 고구려에서 이주해 온 집단이었습니다. 그들은 한강 유역의 세력과 연합해 백제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한성이 고구려 장수왕에 의해 함락당하면서 이들은 다시 웅진(공주)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수도를 옮겼으니 집권세력에도 변화가 일어나 웅진 주변 세력들이 권력 중추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백제가 한성 탈환을 시도하려 하자 이들의 분열이 가시화 되는데, 귀족세력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충청도 주변과 그 남부 귀족들이 한성 탈환전에 미온적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이 전쟁은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 보는 장사였고, 한성 탈환에 성공하면 수도는 다시 한성으로 옮겨갈 것이고 왕족과 과거의 집권 귀족세력들은 자신의 영토와 권력까지 회복할 것입니다.
자신들은 지금 누리고 있는 수도권의 특권마저 상실할 것이 분명 했기에, 왕은 지역 이권만 보지 말고 국가라는 전체를 보라고, 이 상태를 방치하면 모든것을 잃는다고 설득 했겠으나 별 소용이 없었을 겁니다.
백제 정치사의 이 고질병에 대해 의자왕은 과감하고 결단력이 있었다는 인물평 그대로 획기적인 방법을 썼는데, 의자왕 16년 왕은 귀족세력을 숙청하고 대신급인 좌평을 모두 아들과 왕족들로 대체하게 됩니다.
왕의 아들만 41명이었다고 하는데 이들을 모두 좌평으로 임명한 것입니다.
여기서 의자왕의 실수는 문제에만 집착하다 보니 그 문제를 제거하는 것이 해법의 전부라고 판단한 데 있었는데, 국가 지도자 입장에서 보면 귀족들의 근시안과 이기주의는 정말 화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힘을 모으는 것이었지만, 의자왕은 과감하게 그들을 제거 했습니다.
보기 싫은 사람들은 사라지고 왕실의 권력은 증가 한것 처럼 보였지만 실은 국가가 분열되고 힘도 흩어졌습니다. 의자왕의 결단은 백제 사회의 깊은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였지만 실은 문제를 더 악화 시키고 말았던 것 입니다.
사실 이것은 의자왕뿐 아니라 역사상 수많은 군주들의 삶을 집어 삼킨 함정이었고, 특히 불리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 특정 사건으로 오래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이런 함정에 자주 빠지게 됩니다.
자신의 삶을 괴롭히고 운명을 왜곡하는 원인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그들만 없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갖기 쉬운데, 그러나 '그들' 만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역사를 바꾼 현명한 군주는 때로 '그들'을 적극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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