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후지와라 신야라는 일본인 여행작가가 있는데, 이 사람이 쓴 <황천의 개> 에는 갠지스 강가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새벽녘 쯤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오고, 안개가 뿌옇게 낀 강가를 걷던 이 사람은, 안개 속에서 한 무리의 들개 무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갠지스 강은 장례를 치르고 이곳에 흘려보내면, 죽어서 더 좋은 생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믿음같은게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기에 강변에는 언제나 화장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후지와라 신야가 여행하던 수 십년 전에도, 인도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사람의 시체를 재로 만들 정도로 화장을 하려면, 땔감이 꽤 많이 필요한 모양인데,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온전히 다 태워없애 재로 만들 정도의 땔감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은 대충 겉을 그을리는 수준으로 불 태우고는, 그대로 강물에 던져 버린다고 합니다.
개중에는 이마저도 못하고 온전히 시신을 그대로 강물에 띄워 보내기도 합니다.
후지와라 신야가 새벽에 마주친, 강가의 들개 무리들은, 바로 이런 온전한 시체를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일본인인 그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는데, 문득 발에 뭔가가 밟혀서 집어보니, 사람의 허벅지 뼈가 있었습니다.
깜짝놀라 인기척을 낸 그를 보고, 들개 떼들은 으르렁거리며 다가갔습니다.
자기네들이 먹다남긴 사람의 허벅지 뼈를 주워든 것을 보고 먹잇감을 빼앗으려는 줄 오해한 듯 보였고, 비록 시체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고기를 뜯어먹기를 예사로 하던 갠지스 강가의 들개 무리들의 눈빛은, 살기가 어려 있었다고...
후지와라 신야는 카메라 줄을 잡고 끝에 연결된 카메라를 철퇴처럼 휘두르고 카메라 삼각대를 흔들면서 겨우겨우 그 상황을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죽은지 얼마 안된 시체의 발을 물어뜯는 검은 개와, 뜯어먹기 좋은 약한 부분인 목 부위를 먹다가, 사람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든 누렁이, 이렇듯 주변에는 이런 개들이 참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것이, 살아서는 죽어 화장할 땔감도 못 구할 정도로 빈곤한 처지의 삶을 살았던 망자가, 내세에는 보다 나은 삶을 얻기를 바라면서, 갠지스 강에다 수장했는데, 시체는 들개 떼에게 뜯어먹히는 신세가 되는 것 입니다.
이는 불교의 구상관이 생각나는 모양새인데, 구상관에는 죽음의 아홉 가지 모습을 그리고 있고,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림은 단림황후 구상도 라는 것으로, 일본의 단림황후라는 사람이 자기가 죽거든 장례를 치르지 말고, 길가에 내버려두고, 사람이 죽어 어떻게 되는가를, 중생들에게 일깨워줌으로써, 깨달음을 얻게 하기를 기원했던 일화를, 그림으로 남긴 거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고, 강가에 떠밀려 온 시체를 뜯어먹는, 들개 떼들이 뛰어다니는 갠지스 강가야말로, 살아있는 구상관 그림 그 자체가 아닐까하며, 죽음을 그려내는 아홉 가지 풍경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딥한이야기 > 공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집 (0) | 2024.09.14 |
---|---|
혐오주의) 다리에 난 사마귀를 함부로 뽑지 마세요 (0) | 2024.09.10 |
과천 토막 살인 사건 (2) | 2024.09.03 |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출한 소년의 수기 (0) | 2024.08.20 |
악마보다 잔인한 대만에서 발생한 '바이샤오엔 납치사건' (0) | 202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