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대한민국엔 수능시험을 앞두고 엿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는데, 요새는 엿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에 초콜렛 같은 다른 간식거리에 밀려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엿의 상징성은 뿌리깊게 남아있기에,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수험생 선물 세트에도 초콜렛이나 찹쌀떡 가운데 은근히 한자리씩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편 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엿을 먹는 것과 수능을 잘 보는 것 사이엔 논리적인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당분을 보충해서 뇌가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급해준다는 이유를 들기도 하지만, 그럴바에 아침밥 꼭꼭 씹어먹는게 더 효과가 좋을 것 입니다.

 

그럼에도 엿을 주고받는 행위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행복함과 만족감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엿을 먹는 것과 시험을 잘 보는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과,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를 응원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 그냥 엿을 좋아하는 사람 등등..

 

비슷한 것들이 문화, 관습, 관례 등의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합니다.

 

복날이 되면 괜히 삼계탕을 먹어야 할 것 같고,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던지는 부케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꽃말을 따져가며 선물용 꽃다발에 들어갈 꽃을 신중하게 고르기도 합니다.

 

당연히 영양분이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현대인에게 보양식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고, 부케를 잡는다고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며, 꽃말 같은 건 그저 인간이 붙여놓은 문구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비록 비합리적인 믿음일지언정, 이런 믿음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기쁘게, 혹은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예시겠지만, 농구선수 서장훈은 선수 시절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 수없이 많은 징크스에 시달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서장훈의 행동이 합리적이었나, 그렇지 않았나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중요한 건 서장훈이 그런 믿음과 행동들을 통해 본인의 스트레스를 헤쳐나가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종교는 굉장히 짜임새있는 믿음을 제공해준다는 것, 동시에 같은 믿음을 공유하는 굉장한 규모의 공동체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강력한 마음의 피난처를 제공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교의 가르침을 정말 진지하게 믿는 사람과,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종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모두 믿지는 않지만, 그 중에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 것 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 입니다. 

 

현재 유명한 종교를 믿지 않고 자기 자신을 무종교인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의 수도 많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누구나 비합리적인, 혹은 "종교적인" 믿음을 마음 속에 품고 살기 마련이며 종교의 잠정적 수요층은 끝이 없다는 것 입니다.

 

아마 이런 표현을 모멸적이라고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이는 광고라는 산업의 존재만 보아도 자명한 사실이며, 만약 모든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굳이 기업이 그 비싼 돈을 들여 모델을 섭외하고 광고를 제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제품 설명서 늘어 놓으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읽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 입니다..

 

 

 

요컨대 인간은 감정의 영향을 아주 강하게 받는 존재이며, 종교는 인간이 그 감정을 제어하는데 대단히 효과적인 수단일 것 입니다.

 

기술의 발전이나 철학적 탐구가 아무리 깊게 이루어진다고 해도, 인간 사회에서 종교의 뿌리 자체가 사라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좋은 의미로든, 안좋은 의미로든 말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