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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사후 소련을 장악했으며, 2차대전의 승리자가 되었고, 냉전 체제의 형성에 큰 영향을 발휘한 스탈린은 두번 결혼 했고, 두명의 아들과 한명의 딸이 있었습니다. 
 
양자가 있었고, 혼외자식이 있었다는 설도 있으나, 아무튼 공식적으로는 2남 1녀고, 이런 저런 이유로 세 명 다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습니다. 
 
딸인 스베틀라나가 2011년에 사망하면서 그의 자식들은 이제 누구도 살아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스크바에는 지금도 스탈린의 일곱 자매들이 여전히 건재합니다.
 
 
 
그게 뭔지 설명하기 전에 조금 시간대를 뒤로 돌려서, 권력을 움켜쥔 스탈린은 혁명의 수도인 모스크바에 크고 높고 그럴싸한 고층 건물을 짓고 싶어했습니다.
 
독재자의 기본 욕구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안그래도 눈에 거슬리던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의 대성당을....
 

 시원하게 철거시켜 버립니다.

 
 

그 자리에 소련과 사회주의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웅장한 건물인 '소비에트 궁전(Дворец Советов)'을 세우려고 합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이 될 이 건물은 설계가 여러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1939년에야 기초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됩니다. 완공 예정은 1942년이었습니다.

 

그런데 1939년이라면 뭔가 떠오르는게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모 게임 마냥 불가사의 다 지으면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 중에 저런데 자원을 낭비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건설 자재들은 방공호나 참호나 긴급한 인프라를 짓는데 사용됩니다. 
 
 
 

베를린까지 가서 국회의사당에 깃발을 꽂고 나자 소련은 명실공히 양대 최강대국 중 하나가 되었고, 이제는 그에 맞는 위신을 세워야 할 필요가 더욱 생겼습니다.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고층빌딩이 수두룩했던 뉴욕의 맨하탄은 자유세계의 번영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니 스탈린과 소련의 간부들이 야, 우리도 저런 거 좀 지어야 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올만도 했습니다.
 
지어지고 있는 63빌딩을 보고 김정일이 류경호텔 건설을 지시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1947년은 모스크바 창건 800주년이었고, 소련 수뇌부는 이에 맞춰 모스크바에 8개의 고층건물을 짓기로 합니다.
 
 
 
800주년 기념일이었던 1947년 9월 7일 오후 1시에 동시에 8개의 건물의 기공식이 있었습니다. 이 시간은 점성학자가 고른 완벽한 시간대였다 합니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스탈린의 일곱 자매입니다. 러시아에서는 그냥 '스탈린 양식 마천루'(Сталинские высотки)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요.
 
그래서 이 스탈린 양식이 뭐냐면... 음, 직접 사진으로 보시면 감이 오실겁니다.
 
 

 

힐튼 레닌그라드스카야 호텔

우측에 있는 건물입니다. 처음부터 호텔로 쓰였으며, 2008년 이후로는 힐튼 산하입니다.

 

일곱개 중에 유일하게 들어가 본 건물인데, 객실은 별 다를게 없었는데, 로비는 화려했습니다. 조식도 나름 나쁘지 않았습니다..

 
 
크라스니예 보로타 근처 행정 기관 건물

중공업부 및 교통부 건물로 쓰였던 곳이고 지금은 정부 및 기업들이 쓴다는 모양입니다. 

 
 
 
코텔니체스카야 강변로의 예술인 아파트

말 그대로 유명 예술인이 사는 곳인데, 실제로는 NKVD와 같은 정부 인사들이 더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안에 영화관, 상점, 우체국 등이 있었다고 하니 소련식 주상복합입니다.

 
 
쿠드린스카야 광장의 문화인 아파트

소련의 문화인과 엘리트들이 살았던 곳입니다. 지하에는 방공호도 있다네요

 

리노베이션 타이밍을 놓쳐서 내부 시설들이 낙후되어있다고 하는데, 최근에도 모스크바에서는 비싼 축에 속하는 곳이라는 합니다.

 
 
러시아 외무부 건물

말 그대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외무부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물론 소련 외무부였습니다.



 
 
우크라이나 호텔

소련을 방문하는 공산권 외부 방문자들의 숙소였다고 합니다.

 

전면적인 리노베이션 이후 지금은 래디슨 호텔 산하의 호텔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립 모스크바 대학교

여전히 구소련권 최고로 손꼽히는 대학교의 본관입니다. 양쪽에 별개인 것처럼 보이는 건물들도 전부 하나의 건물입니다. 그만큼 높고도 길쭉합니다.

 

1990년까지 유럽 최고층 빌딩이었다고 하네요.

 

재학 중인 분에게 전에 들은 말로는 시설 노후화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원래는 붉은 광장 옆에 '자라디예 행정 건물'이라고 하나가 더 지어질 예정이었는데, 스탈린이 죽고 흐루시초프가 도시계획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여기에는 대신 또다른 삭막한 콘크리트 스타일의 건물이 들어섭니다.

 

지금은 그 건물도 폭파되고 공원이 조성되어 있지만요.

 

쭉 보셨으니 대충 스탈린 양식이 어떤건지 아시겠죠?

 

동유럽에서는 이런 양식의 건물들이 흉물 취급(특히 폴란드) 당하지만, 모스크바에서는 의외로 이게 어울리는 편이라 랜드마크로서 남았습니다.

 

애초에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의 스탈린 시대의 평가가 다르기도 하구요.

 

 

일반적인 모스크바 여행 동선에서 이 7개의 건물들 앞을 지나갈 일은 없지 않나 싶은데, 코로나 상황 풀리고, 모스크바 여행 가셨을때 멀리서 저런게 보인다면, 아 그게 저거구나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던 짓다가 전쟁터져서 중단된 소비에트 궁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전쟁이 끝난 후 건설 재개 시도는 꾸준히 있었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맙니다.

 

게다가 1953년에 스탈린이 죽으면서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재검토됩니다. 새로운 곳에 짓자는 말도 나왔지만, 결국 소비에트 궁전은 소련이 무너질때까지 지어지지 못합니다.

 

전임자 프로젝트라고 외면하는 건 공산권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그 부지에는 대신 거대한 수영장이 들어섭니다. 건물이 엄청나게 컸던 만큼, 수영장도 세계 최대규모였습니다. 하루 최대 20만명이 이용할 수 있었다네요.

 

하지만 소련이 무너진 후, 러시아인들은 잊어버렸던 것, 정확히 말하면 잊어버린 척 했던 것을 다시 떠올립니다.

 

소비에트 궁전을 만들기 위해 폭파된지 69년뒤인 2000년,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은 그 자리에 다시 건립됩니다. 

 
 

 멀리 돌아 다시 돌아온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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