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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한이야기/썰

누가 인간과 더 가깝나

여러이야기 2024. 6. 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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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에게 물어봅니다. ‘인간과 고릴라 중에 누가 너와 더 가깝니?’ 침팬지가 대답합니다.

 

‘인간이 더 가까워.’ 우리 침팬지와 인간은 500만~700만 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서로 갈라졌지만 고릴라하고는 1000만 년 전에 서로 헤어진 걸. 고릴라와 헤어진 다음에도 침팬지와 인간은 500만년이나 같은 조상 아래 있었던 것 입니다.

 

 

이제 고릴라에게 물어봅니다. ‘고릴라야, 인간이랑 일본원숭이 중에 누가 더 너와 가깝니?’ 고릴라가 말합니다. ‘당연히 사람이지. 일본원숭이는 긴꼬리원숭이과에 속하고 나는 사람과에 속하는 걸. 일본원숭이와 나와의 관계는 인간과의 관계에 비해 한참 한참 멀어.’

 

일본원숭이에게도 물어봅니다. ‘일본원숭이야, 너는 마다가스카의 여우원숭이와 사람 중에 누가 더 가깝니?’ 일본원숭이가 이야기하지요. ‘헐 물어볼 걸 물어봐야지. 여우 원숭이는 곡비원아목에 속하고 나랑 사람은 직비원아목에 속하지. 말하자면 물개보고 너 개랑 더 가깝냐 아니면 고양이랑 더 가깝냐고 물어보는 거랑 똑같은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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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원숭이에게 물어봅니다. ‘여우원숭이야 너는 햄스터와 사람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여우원숭이가 말합니다. ‘사람이랑 나는 같은 영장류에 속한답니다. 햄스터는 쥐목에 속하지요. 당신들 인간과 내가 소랑 사슴 정도의 관계라면 햄스터는 박쥐에 해당하지요. 전혀 다르다구요.’

 

햄스터에게 물어봅니다. ‘햄스터야 햄스터야 너는 사람이랑 박쥐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햄스터가 대답하지요. ‘당연히 인간이랑 더 가깝지. 박쥐는 로라시아 상목에 속하고, 너랑 나는 같은 영장상목에 속하잖아.’ 박쥐랑 우리랑은 8000만 년도 더 전에 서로 빠이빠이 했거든.‘

 

 

박쥐에게 물어봅니다. ‘박쥐야 박쥐야 너는 우리 인간이랑 올빼미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박쥐가 귀찮은 듯이 말하네요. ‘당연히 인간이지. 너랑 나랑은 같은 포유류잖아. 너도 나도 알 대신 새끼를 낳고 깃털 대신 털을 가지고,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자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몰라? 알 낳고, 깃털로 날고, 이빨도 없고, 자궁도 없는 올빼미가 나랑 얼마나 먼 관계인지 몰라?’

 

 

올빼미에게도 물어보지요. ‘너는 인간이랑 개구리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올빼미가 답합니다. ‘당연히 인간이지. 너희랑 나랑은 양막을 가진 동물이거든. 지구상에서 양막을 가진 동물은 오로지 포유류와 파충류, 그리고 파충류 중 공룡의 일종인 새들 뿐이란 말야. 먼 과거 너희랑 우리만이 육지에서 물도 없는 곳에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진화했잖아 뭔 말을 듣고 싶은 거야.’

 

개구리에게 물어봅시다. ‘개구리야 개구리야 너는 문절망둑이랑 사람 중에 누가 더 가깝니?’ 개구리가 말을 하지요. ‘이보쇼 인간 양반 참 멍청하구만. 너희랑 나는 폐로 숨을 쉬고, 팔다리가 있고, 목에는 경추가 있지. 골반도 있어. 우린 힘겹게 육지로 올라온 사지척추동물의 공통 후예잖아. 지금껏 바다에서만 지내는 문절망둑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지. 바다 탈출 동기끼리 왜 이러는 거야.’

 

 

문절망둑에게 묻습니다. ‘문절망둑아, 가오리랑 사람 중에 누가 더 가까워?’ 문절망둑이 어리둥절하며 답합니다. ‘아직 그걸 몰라? 너랑 나랑은 둘 다 딱딱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의 후손이잖아. 부레랑 폐도 원래 같은 기관에서 진화한 거고. 가오리는 우리랑 달리 평생 딱딱한 뼈랑은 인연이 없는 연골어류라고. 뼈대 있는 선조의 자손끼리 이러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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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에게 다시 물어야지요. ‘가오리야, 가오리야, 먹장어(꼼장어)랑 사람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가오리가 넓직한 날개로 헤엄을 치면서 다가와 이야기합니다. ’무슨 비교를 하고 그래. 너랑 나랑이 당연히 더 가깝지. 우린 둘 다 턱을 가지고 이빨이 있잖아. 수억 년 전에부터 우린 턱을 가진 유악어류였어. 먹장어랑은 헤어진 지 4억년이 넘었다고. 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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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장어를 보며 물었습니다. ‘먹장어야, 먹장어야, 멍게랑 인간 중에 누가 너랑 더 가깝니?’ 먹장어가 턱도 아닌 입으로 우물우물 말하지요. ‘그야 당연 인간이 더 가깝지. 멍게는 척추도 없는 녀석이잖아. 우린 든든한 등뼈를 가진 동지잖아. 인간아.’

 

멍게에게 물어보죠. ‘멍게야, 멍게야, 거북손과 인간 중에 누가 더 너랑 가까워?’ 멍게가 멍하니 말합니다.

 

‘어.. 어.. 당연히 인간이야. 우린 척추는 아니지만 등에 온 몸을 이어주는 신경, 척추의 원형인 척삭을 공유하고 있잖아. 나 어릴 때는 물고기랑 비슷하게 생겼다고. 거북손처럼 게나 새우 친척이랑은 차원이 다르지.’

 

 

거북손에게도 또 물어보겠습니다. ‘거북손아, 거북손아, 산호랑 인간 중에 누가 더 가까워?’ 거북손이 뻐끔뻐끔 말합니다.

 

‘뻐끔 뻐끔 당연히 인간이지. 인간과 나는 둘 다 좌우 대칭 동물이라고. 산호는 방사대칭 동물이거든. 더 중요한 건 인간과 우린 모두 수정란이 발생할 때 외배엽, 내배엽, 중배엽이 만들어지는 삼배엽 동물이라고. 산호나 말미잘처럼 외배엽하고 내배엽만 있는 이배엽 동물과는 차원이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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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호에게 물어봐야겠지요. ‘산호야, 산호야, 너는 인간과 미역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산호가 허탈한 듯이 말합니다.

 

‘아니 인간이 그것도 몰라? 너랑 나랑은 둘 다 동물이잖아. 생물 분류학상 둘 다 동물계, animal kingdom에 속한다고. 원생생물인 미역하고 비교하지 말아줄래?’

 

미역한테도 물어보겠습니다. ‘미역아 미역아, 인간과 결핵균 중에 누구랑 더 가깝니?’ 미역이 미끌거리며 말하네요.

 

‘당연히 인간이지 우린 둘 다 세포에 핵이 있는 진핵생물이잖아. 미토콘드리아도 없고, 핵도 없고, 크기도 엄청 작은 세균이 나랑 상대나 되겠어?’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결핵균에게도 물어보지요. ‘결핵균아, 인간과 에이즈 바이러스 중 누구랑 더 가깝니?’ 결핵균이 말하지요. ‘너 폐에 내가 있을지도 몰라. 난 그래도 인간이랑 가깝지. 우린 둘 다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이잖아. 바이러스처럼 세포로도 이루어져 있지 않은, 생물인지 아닌지 헛갈리는 녀석이랑은 애당초 비교할 대상도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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