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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즈음 이루어졌던 비 윤리적 심리학 실험 몇가지를 소개 해보고자 합니다.

 

이 실험들은 현재 심리학계 내부에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설사 그 실험 결과가 유용하다 하더라도 실험 설계에 대해서 주의를 요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인간 대상 실험에 대한 큰 제약이 없었고, 나치나 일제가 저지른 인체실험또한 경악할만큼 끔찍한 일이었음에도, 대학레벨에서, 혹은 정부주도하에 마구잡이로 실험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후 뉘른베르크 의사 재판 이후 인체실험에 대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뉘른베르크 강령이란것을 만들게 됩니다.

 

이 강령의 3가지 주요 원칙으로

 

1) 실험 참가 동의서를 반드시 받을 것

2) 실험의 혜택과 위험성을 인지할 것

3) 피험자가 실험 도중에 참가를 거부할 권리를 가질 것

 

이후에 62년에 나온 Drug Amendment또한 약물 실험을 사람에게 하기 전에 동물 실험과 임상 3상을 명령하는 법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뉘른베르크 강령이나 Drug Amendment 둘 다 이후에 터져나올 역대급 흑역사를 막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그 후 1972년 AP통신에서 한 실험에 대한 폭로를 하게 됩니다.

 

 

 

 

터스키기 매독 생체 실험. 정부 주도로 터스키기 지역의 흑인을 대상으로 매독균을 약이라 속이고 주입했습니다

 

1932년부터 미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중 위생국 주도로 600명의 흑인 주민을 대상으로 매독 실험을 한게 들통나게 됩니다.

 

이 실험의 피험자들은 실험의 목적에 대해 제대로 된 공지를 받지 못했으며, 페니실린으로 치료할 수 있음에도 공중 위생국에서 방치해버려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1972년 실험은 종료되었으며, 터스키기 매독 실험이 수면위로 올라와서 이슈가 되면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대한 강력한 제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결국 1974년, 미 의회에서 National Research Act라는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이 법안의 중요한 부분이 바로 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를 탄생시킨 것 입니다. 

 

이 IRB의 목적은 인간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 피험자의 권리와 복지를 지키기 위한 기관으로, 쉽게 말해서 비윤리적인 요소는 되도록이면 제한하는 역할입니다.

 

IRB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할때도 최대한 불필요한 희생이 없도록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IRB의 탄생을 기점으로 인간 및 생물 대상 실험의 기조가 확연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이전까지 행해진 비윤리적인 실험에 심리학 또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애초에 연구 목적이 인간 행동이다 보니 당연히 인간 피험자를 요구로 하는 실험설계를 기본으로 깔고 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지금와서 했다면 큰일났을 실험 몇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Little Albert (1920)


때는 1920년, 행동주의 학파의 시초인 존 왓슨은, 인간의 행동은 조건반사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어린 고아를 데려다 실험을 강행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처음에 흰 쥐를 보여주었을땐 공포스런 반응이 없음을 확인한 후, 왓슨은 아이에게 흰 쥐를 보여줄때마다 큰 소음을 내며 아이가 소음과 흰 쥐를 연관짓도록 조건반사를 형성했습니다.

 

결국 아이는 흰 쥐를 보게 될때마다 공포에 질려서 울음을 터뜨렸으며, 비슷한 물체 (털 옷, 솜뭉치)를 마주했을때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 조건반사에 의한 학습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전에 아이가 시설을 떠나게 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어떻게 자라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2. Landis' Facial Expression Experiment (1924)


1924년, 미네소타 대학교의 연구자였던 Carney Landis는 사람들이 특정한 감정을 느낄때 같은 표정을 짓는지 연구하기 위해서 참가자들을 불러모았습니다.

 

랜디스는 참가자들이 특정한 경험을 하는동안 얼굴을 촬영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미션부터 시작했고, 성경 구절을 읽는다거나, 암모니아 냄새를 맡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지만 해당 결과에 불만족스러웠던 랜디스는 점점 수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끔찍한 피부병 환자의 사진을 보여주거나 바로 옆에서 총을 쏘는등 극단적인 감정을 이끌어 내려했습니다.

 

심지어 양동이에 가득 든 개구리에 손을 집어넣게 하거나 전기충격까지 가하던 랜디스는 막장 상황까지 참가자들을 몰아붙이는데, 바로 그들에게 실험용 생쥐를 직접 참수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 입니다.

 

참가자중 1/3은 이 명령을 거부하였고, 나머지 2/3은 극도의 거부감속에 명령을 이행했습니다.

 

어이없게도 이 실험결과가 딱히 의미있는 결론은 내려주진 못했지만,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곧바로 설명할 실험인 밀그램의 복종실험과 비슷한 비율의 사람들이 명령을 거부했다는 것 입니다.

 

 

 

3. 밀그램의 복종실험 (1963)

 

1961년, 2차대전의 나치 전범재판에서 변명으로 자주 쓰인 "난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에서 영감을 받은 예일 대학교의 스탠리 밀그램은 비슷하게 피험자들을 비윤리적인 상황에 몰아넣고 권위에 의한 명령을 내리면 얼마나 따를지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실험 설계는 다음과 같았는데,

 

1)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와 함께 짝을 이루었다. (다른 참가자는 사실 연구원이었다.)

 

2) 진짜 참가자와 가짜 참가자는 서로 볼수 없도록 다른 방으로 들어갔고, 진짜 참가자는 항상 선생 역할을, 가짜 참가자는 학생 역할을 부여받았다. 여기서 선생이 한가지 단어를 제시하면 학생이 사지선다중 옳은 단어를 맞춰야 하는 상황

 

3) 가짜 참가자는 전기충격기에 묶였으며, 진짜참가자(선생)는 가짜 참가자(학생)가 틀린 답을 할때마다 전기충격 체벌을 가하도록 명령받았으며, 전기충격의 강도는 매번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처음엔 15볼트에서 마지막 단계인 450볼트까지)

 

4) 가짜참가자(연구원)는 일부러 진짜참가자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틀린 답변을 계속하였으며 점점 단계가 높아질수록 진짜 참가자를 속이기 위해 리얼한 비명을 지르며 그만해달라고 울부짖었음 (물론 실제로 전기충격을 가하진 않았다.)

 

5) 진짜참가자가 망설일때마다 참가자 옆에서 지켜보던 연구자는 건조하게 실험을 계속하라면서 독촉을 하는등 압박을 주었음 (예: 실험을 계속하는것은 몹시 중요합니다, 당신은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참가자중 65%가 이게 잘못됬다는걸 알면서도 결국 최고 레벨인 450볼트의 전기충격을 주었으며, 그걸 거부한 나머지 1/3의 참가자들 또한 최소 300볼트 이상의 체벌을 가하였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이 실험의 중요 키워드가 비윤리적인 상황이지만, 이를 위해 참가자들을 감정적으로 극한까지 몰아붙였다는데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4) 스탠퍼드 감옥 실험 (1971)

 

스탠퍼드 대학교의 필립 짐바르도는 직위가 인간 행동에 주는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감옥실험을 디자인합니다.

 

24명의 대학생들을 모아서 동전던지기로 절반은 간수로, 나머지 절반은 죄수 그룹으로 나눈 후,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변화를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이 실험의 중요한 부분은 간수가 죄수의 모든 부분에 대해 완벽한 컨트롤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죄수 그룹은 죄수복장에 이름대신 죄수번호로 불리며, 불편한 감방에서 24시간 감시당하는 생활을하였고, 반대로 간수 그룹은 간수복장과 나무 곤봉을 지급받으며 편한 간수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날은 그럭저럭 탈 없이 지나갔지만, 둘째날부터 불화가 생기고 죄수는 감방문에 바리케이드까지 치며 저항하고, 간수는 소화기로 공격하는등 사건이 터져나왔습니다.

 

결국 죄수들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심리적인 압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간수 그룹은 말 잘듣는 죄수에게 혜택을 부여하고, 반항하는 죄수는 다른 죄수들을 시켜 괴롭히는 등 죄수 사이에 이간질을 시작했습니다.

 

실험시작후 35시간만에 죄수중 한명이 정신이상을 호소하고 실험에서 나갈 정도로 분위기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물리적인 체벌과 심리전을 통해 죄수들을 압박하던 간수들은 매트리스를 빼앗거나, 나체로 생활할것을 강요하는등 점점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죄수들을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객관적으로 실험을 대해야 했을 짐바르도 조차 교도소장으로서의 역할에 몰입되기 시작했고, 이를 보다 못한 그의 대학원생중 한명이 실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야 실험 시작 6일만에 종료 되었습니다. (짐바르도는 이 대학원생과 나중에 결혼하게 됩니다.)

 

 

 

5) The Monster Study (1939)


1939년 아이오와 대학교의 웬델 존슨과 메리 튜더는 긍정적 / 부정적인 말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5-15살 사이 22명의 고아들을 (이들 중 10명은 말을 더듬었습니다.) 데려온 연구자들은 이들을 네 부류로 나누었습니다.

 

A) 말 더듬는 5명에게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었습니다. (너는 사실 말을 꽤 잘 하는구나! 앞으로 말더듬는게 나아질거 같다)

 

B) 나머지 말 더듬는 5명은 통제집단으로 남겨두었습니다.

 

C) 말 잘하는 6명은 부정적인 말을 해주었습니다. (너는 말을 정말 못하는구나, 제대로 말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말하지 말거라)

 

D) 다른 말 잘하는 6명은 긍정적인 말을 해주었습니다. (너는 참 말을 잘 하는구나!)

 

이 실험은 6개월간 지속되었는데,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학업성적이 떨어졌고, 특히 C 그룹은 정서불안증세를 크게 보여주었습니다.

 

실험 이전에 말을 똑바로 잘하던 아이가 말실수할까봐 불안함을 느끼거나 소심하게 변하고, 더러는 말하는데 극히 힘들어 하는등 부정적인 영향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들이 실제로 남은 삶을 말더듬이로 살진 않았지만, 정서적으로 충격을 받아서 성격변화를 겪은 이들이 여럿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실험은 당시에는 평판에 악영향이 갈것을 걱정한 웬델 존슨에 의해 발표되지 않고 묻혔지만, 이후에 메리 튜더의 실험일지가 공개되어 공론화가 되었고, 2007년 참가자 몇명이 아이오와 대학교로부터 소송을 걸어서 보상금을 타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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