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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겨서, 특수청소하는 친구한테 부탁했더니, 알바 4명 뽑았는데 4명 다 도망 갔다고 새벽에 일하나 있는데 하겠냐는 제안에, 바로 수락하고 나갔습니다.


포터 타고 새벽 2시에 출발하면서, 가는 길에 친구한테 어떤 청소를 하는지, 왜 새벽에 일하는 건지 물어봤습니다.

 

오늘 내가 가는곳은 자살 현장이고, 새벽에 나가는 이유는 집주인이 소문 나면 새 입주자 안 들어오니까 최대한 입소문 나지 않게, 조용히 치워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죽은 장소를 간다는 게, 많이 무서웠지만, 그래도 친구한테 부탁해놓고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말 하는 건 너무 염치없는 짓이고, 저 스스로도진짜 돈이 급했던 만큼, 이번만 눈 딱 감고 하자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그렇게 가다가 잠깐 졸았는데 친구가 도착했다고 깨워주었고, 내리니까 친구를 팀장이라고 부르는 아저씨 두 분이 계셨습니다. 

 

오늘 사람이 부족해서 지원나온 분들이라고 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잠 좀 깨우자고 편의점 가서, 커피 하나 마시고 담배 하나 피우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사고가 있었던 장소는 투룸 꼭대기 층이었고, 집 앞에서 방역복과 마스크를 쓰는데, 문 앞에서부터 악취가 살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살면서 처음 맡아보는 악취에, 표정 굳어져서 어쩔줄 몰라하는데, 같이 올라온 아저씨 중 한 분이, 박하사탕을 입에 넣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코 근처에 치약을 바르거나, 약 같은 거 바르는 것이 효과가 더 좋긴한데, 그러면 일하면서 땀 때문에 점점 따가울거라면서, 이게 차선책이라고 입에 머금고 있으면 그나마 버틸만하고, 사탕 다 녹을 때 쯤이면 익숙해진다고 하셨습니다.


복장 전부 갖추고 준비 끝나니까 친구가 조용히 작업해야 하니, 지시는 안에서 할테니, 문 열고 냄새 밖으로 새기 전에 빨리 들어가자고 합니다.

 

문 밖에서부터 긴장감은 배로 치솟고, 들어가기 전 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데, 결국 들어가자마자 난 생각은 진심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만 들었습니다.


특수 마스크 착용하고 입에 박하사탕까지 머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악취가 밀고 들어왔고, 그리고 살면서 지금까지 봤던 각종 해충들보다 집안에 있는 해충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때부터 이미 감당이 되질 않았었는데, 다른 사람들 보니까 태연하게 장비 풀고 청소준비를 하기에, 이래서 전문가들이구나 싶었습니다.


친구가 마침 제 반응 보더니 저보고 침대방은 들어올 생각말고 자기가 가지고 오라는 물건이나, 그 다음에 쓰레기 정리해서 내 놓으면 포터에 실으라고만 했습니다.


제가 너무 겁먹은 나머지 배려해준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 저는 아저씨들이 이거 박스에 담으라면 담고 걍 시키는데 것만 했습니다. 


약품 같은 것, 장비 같은 것, 가지고 오라면 가져오고, 쓰레기 나오면 정리해서 차에 실어두고, 냄새는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아서 중간마다 계속 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일했는데, 슬슬 일이 손에 익으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고인은 저와 같은 나이대의 남자였고, 원하는 직장을 가려고 했으나 잘 안되었고, 어쩌다보니 다치고 이런 저런 안 좋은 일을 겪으면서,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하신 것으로 추정 되었습니다.


고인이 삶을 내려놓기 전 마지막까지 발버둥 친 흔적들이, 좁은 방을 꽉 채우고 있었고, 그런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일하면서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뭔가 몸이 힘든고 이런 것들은 버틸만 한데, 정신적으로 너무 타격오는 건 도무지 버텨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8시간 정도 정리하고 했더니 결국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았습니다.


전후사정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무일도 없었던 집 같았습니다. 한 사람의 흔적이 이렇게 사라진다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니 쓰리고 했습니다. 정말 두 번 다시는 못 할 아르바이트라 생각합니다.


그 후에 일을 마친 뒤, 아저씨 두 분은 입금 받자마자 바로 가셧고, 친구가 밥 먹고 가자는데, 도저히 뭘 먹기가 좀 힘들 거 같다고 하니까 그냥 집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가는 길에 저는 잠깐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든데 이런 현장오면 정신적으로 어떻게 버티는지 물어보았을 때, 친구는 이 일에 자기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의 삶을, 감정을 자기는 알지 못하기에, 불쌍하니 마니 그런 생각 하지 않는다고 하며, 그 사람의 삶을 모르고 어떤 마음이였는지, 모르기에 그 선택을 존중하고 자기가 살아있을 때의 아픈 기억이나 흔적을 정리하면 저 세상 가서 그때의 흔적을 떠올리며 아프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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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친구가 달라 보이더군요.. 존경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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