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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대였는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뭐가 좋다고 살인 사건 난 부대를 밝히겠습니까. 

 

 

09년도 봄이었던 걸로 기억 하는데, 토요일 오전 시간, 짬 안되는 애들은 종교활동 가고 빠질대로 빠진 병장이었던 저와 동기는 그 당시 중대에서 유행하던 Bang! 이라는 카드 게임하다가 서로 멱살잡고 있었던 걸로 기억 합니다. 

 

10시 40분 쯤, 종교 활동이 끝나고 얘들이 슬슬 복귀하고 지들도 끼워달라고 징징대고, 창 밖에서는, 연병장에서 1대대 새끼들이 욕짓거리 퍼부으며 축구하는소리가 들려오던, 평범하고 평화로운 주말이었습니다. 

 

몇 시간 뒤, 부대가 발칵 뒤집어 지기 전 까지는 말입니다.

 

 

오후 13시 즈음, 밥 먹기 싫어서 PX 에서 냉동 돌리고 있는데, 1대대 동기가 제게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이번에 들어온 좀 정신 이상한 신병이 있는데 이 새끼가 이젠 자해까지 하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무슨 소린지 궁금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캐 물어보니까, 아까 축구하면서 봤더니 그 이등병 활동복이 너무 더러워서, 처음에는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그 당시 이등병들이 입던 활동복은 회색이었지만, 걘 전역한 병장한테 받은 주황색 활동복이어서 헷갈렸나 싶었지만. 

 

여튼, 활동복이 너무 더럽길래, 좀 빨아 입으라고 갈구면서 잘 보니까 그게 피였었던 것, 그래서 축구하면서 어디 다친거 아니냐고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안 다쳤습니다. 제 피 아닙니다.' 

 

1대대 동기는 그 고문관새끼 상대하기도 싫고 해서 아 그렇구나 하고 PX 에 냉동 먹으러 왔다가 제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된 것 입니다. 

 

그땐 별 일 아니라 생각해서, 낄낄대면서 PX를 나왔는데, 헌병대 차량이 미친 속도로 막사쪽으로 달려가는게 보였습니다. 

 

아마 시간이 13시 30분 근처였던걸로 기억나네요

 

생활관에 올라와보니 너나 할 것도 없이, 많은 인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막내는 이동병력 찾아서 생활관 복귀 하라고 온 사방 팔방 뛰면서 전파중이고, 영내 방송으로 계속 생활관 대기하라고 나오고 있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좀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었는데, 갑자기 간부들이 생활관을 돌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헌혈증이 있는 사람들은 빨리 제출 하라고 말입니다. 

 

한 1시간 우당탕 쿠당탕 거리고, 그 이후는 기분 나쁠 정도로 정적만 이어 졌는데, 근무 나가는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 이동 통제가 하루 종일 이어졌습니다.

 

어떤간부 얘가 칼에 찔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석식 무렵에서 였고, 범인이 즉시 잡혔다는 것과, 그 범인이란 놈이 1대대 이등병 그 새끼였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 정신나간 이등병은 종교활동이 끝난 후 인원이 다 빠져 나간 교회에서, 혼자 놀고있던 7살 짜리 간부 애를 칼로 찍어 죽였던 것 이었습니다.

 

그것도 찔러서 죽인게 아니라, 사과 깍는 작은 칼로 찍어서 죽인 것이었습니다.

 

특히, 목 주위를 수차례 찍어댔고, 그렇게 그 피가 튄 옷을 입은 채, 태연하게 중대원들이랑 축구를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주말이 어찌 지나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고, 다만,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건 계속된 생활관 대기에도 불평하는 병사는 없었던 것과, 종종 간부가 와서 헌혈증 더 없냐고 물어보고, 가끔은 헌병대가 와서 상투적인 질문 몇 개 던지고 갔던 정도 였습니다.

 

그렇게 끔찍하고 조용했던 주말이 끝나고 일과는 평소처럼 이어졌습니다. 

 

1대대를 제외한 모든 연대원들은 평소처럼 훈련도 하고, 작업도 하면서, 그렇게 또 3~4 일이 지나갔는데, 그렇게 기분 나쁠 정도로 평범하고, 찝찝한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몇일 후, 그 찔렸다는 간부의 아이는 결국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병사들은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중대별로 부조금을 모아 간부들에게 제출했지. 그 간부에게 전해달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또 몇일 후 우리 중대가 연병장에서 한참 차렷포 훈련을 하고 있을 때, 연병장 뒤편의 병사식당에서는 헌병대 주도 하에 현장 검증이 이루어 지던 참이었고, 중대원들 모두가 말은 안 했지만 훈련을 건겅건성하면서 흘긋거리며 그 장면을 훔쳐보기 바빳습니다.

 

그리고 현장검증의 자리에는 그 아이의 아버지였던 간부도 참여중이었습니다. 

 

간부, 병사가 모두 빠지고 아이들만 남는 시간을 체크하고, 흉기로 사용할 칼을 보관하는 곳과, 그 보관대의 열쇠를 두는 곳을 확인하고, 취사병들이 막사로 복귀하는.. 그는 결국 그 현장을 끝까지 견디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짐승처럼 울부짖는다는 표현은, 더 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 죽은 아이의 간부는 소리내서 울면서 고함을 외쳐댔고, 날뛰기 시작한 간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헌병대들이 달려들었습니다. 

 

그 광경을 도저히 끝까지 볼 수가 없었고, 훈련을 접기로 결정 했습니다. 한참 이른 시간이지만 훈련을 접고 막사로 복귀했지만 중대장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걸로 끝이 났던 것 같습니다.

 

다시 훈련과 작업의 반복적인 일상으로 돌아갔고, 그 간부는 그 이후로 보이질 않았지만, 누구도 그 일을 물어보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아무일도 없었던 것 마냥, 국방부 시계는 잘도 지나갔습니다. 

 

몇달 후, 전역하기 직전에서야 1대대 동기한테서, 그 미친 이등병 새끼가 왜 그딴 개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어린 여자아이를 그렇게 끔찍하게 죽인 이유가 뭐였냐 하면..

 

자기는 군대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데, 자유롭게 웃고 뛰어노는 아이들이 너무 밉고, 증오스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고 했답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데다, 피지도 못한 철 없는 아이를 죽이는데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 없었는지.. 다시 생각하니 또 속이 거북해지는 것 같네요 

 

제일 뭣같은 건, 이게 진짜 괴담 따위가 아니라, 직접 보고 겪은 일이라는것 같네요 

 

차라리 지어낸 괴담이었으면 좋았을 걸, 군대는 온갖 미친새끼들이 다 모여있는 곳이라는게 참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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