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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대학교 다닐 때 만났던 친구 였습니다. 

 

그냥 조용하게 학교 다니면서 공부 열심히 했던 친구로 기억이 나는데, 이야기 하다 보면,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었다고 하던 친구 였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친했던 사이 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가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족, 친척에는 적임자가 없어서 간경화로 오늘 내일 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이 친구가 여자친구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자기가 줄 수 있다면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검사를 받아 봤는데, 적임자로 판정을 받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기억나는 건, 당시 여자친구는 같은 학교를 다녔고, 전공이 달랐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많이 없었지만, 거진 매일 우리를 찾아와선, '너희들이 설득좀 해주면 안될까?' 라는 무리한 부탁을 하곤 했습니다. 

 

이게 잘 되면 자기가 그 친구에게 얼마나 잘 해주겠냐면서, 자기가 말하면 너무 속 보이지 않겠냐고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냐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고, 자기 좀 도와달라면서 도움을 요청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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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당시 20살 어린 대학생 이었고, 수술에 대한 두려음으로 인해 그렇게까지 하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 친구가 결심을 하였고, 수술에 승낙을 해서, 자신의 간의 일부를 여자친구 어머니에게 증여 하였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여자친구 어머니도 무사히 쾌차 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 친구는 일단 군대는 면제를 받게 되었고, 저는 군대에 가야했기 때문에 군입대 후에 제대하여 복학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3학년이나 4학년이 되어 있을 줄만 알았는데, 도통 학교에 보이질 않는 것 이었습니다. 여자가 드물었던 공대지만 몇몇은 존재했기 때문에, 계속 다녔던 같은 과 여학우들 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2학년 2학기에 갑자기 휴학을 했고, 1년 쉬고 복학을 했는데 반 학기 다니고 다시 휴학을 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여자 동기들 말로는 그 뽀송뽀송하니 하얀 얼굴을 하던 애가, 갑자기 거무튀튀하게 계속 흘러 내리는 것 같이 변하더랍니다. 

 

그래서 제대한 친구들과 함께 그 친구 집으로 찾아 갔습니다. 'XX아, 학교도 휴학하고 무슨일 있어?' 라면서 여자친구는 잘 만나고 있냐고 안부를 물었는데,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더군요

 

도통 이야길 하지 않았고, 나중에 그 친구의 누나 되는 분이 해 주신 이야기 였는데, 수술 후에 빠르게 회복한 여자친구의 어머니와는 반대로, 이 친구는 급속도로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 하더랍니다. 

 

간 수치는 물론, 각종 합병증에 말기 암 환자나 볼 법한 얼굴로, 거무튀튀하게 계속 흘러 내리더니만, 더 화가 나는 것은 여자친구라는 인간은, 녀석의 몸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니, 초기에는 자기도 책임을 느껴서 그 친구네 부모님한테도 잘하고, 친구를 열심히 보살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너무나도 힘들어하니, 밖에서 만나기도 힘들고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자, 헌신짝처럼 버리고 헤어져싿고 하더군요. 군대에 있던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많았으리라 생각 합니다.

 

예상대로 그 친구는 현재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나 되시는 분이 친구가 죽기 얼마 전에, 친구들을 다 불러 주었고, 저는 담담한 편이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녀석과 엄청 친했던 친구가 '이게 뭐냐고, 도대체 니가 얻은게 뭔데!!' 라면서 오열을 했고, 녀석이 '왜 얻은게 없어, 군대는 면제 받았자나~' 라면서 웃더군요

 

술도 쓰다고 마시지 않고, 담배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그 착한 친구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가 죽고 10년이 다 되어 가네요...

 

가족에게도 내 신체의 일부를 떼어 내 준다는 것은, 힘든 결정이고, 고결하고 순결한 행위라 생각 합니다. 그런데 타인은 참으로 비겁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런 문제가 해결이 되면 그저 남이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자기는 그 문제를 해결 했으니 나 몰라라 하는 걸 보아하니, 비겁하고 비열하고 악독하기 그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순수한 웃음을 짓던 친구가 많이 그립고 보고 싶어서 몇 마디 적어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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