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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루마니아를 통치한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정권 집권후 초기부터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는, 1950년대 이후 루마니아에 피임법이 보급화 되면서, 출산율이 2.1명대로 붕괴 되고, 에너지 절약정책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높은 상태 였습니다. 거기에 임신 후 낙태가 무려 4/5로 이어질 정도로 낙태율 역시 굉장히 높은 상황 이었습니다.

 

이렇듯, 루마니아 전체에 심각한 인구 감소로 인해, 국가 생산력 자체가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우셰스쿠 정권에서도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할 당위성은 충분하였습니다. 

 

물론 그렇다 하여도, 국가에서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 하기 전 그 원인부터 결과까지, 면밀히 조사하고 파악 한 뒤, 그에 따른 부작용은 어떻게 될지 철저히 계산한 다음에야, 점차 증진적으로 인구를 늘려나가야 하는 것 이겠지요. 

 

하지만 차우셰스쿠는 그런 부분들을 조금도 고려치 않은 채, 빠르게 해결하고자 급진적이고 무리수로 점철된 강경책을 펼치게 됩니다. 

 

 

피임, 낙태, 이혼 금지법

피임약 판매금지, 피임약,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자, 낙태 시술을 하는 자, 관련 된 모두를 발각 즉시 사형에 처했습니다. 그럼에도 루마니아 자국민들은 다자녀를 키울 여건이 되질 않았기에 피임약, 피임기구를 밀반입하여 구하거나, 불법 낙태시술을 받으려고 했고,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미치지 못해 가격이 급등하게 됩니다. 여성들은 최후의 선택으로 불임 수술 받기에 이르게 됩니다.

 

 

한 가정 4자녀 정책

차우셰스쿠는 국민을 그저 숫자놀음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국가 생산력 증진만을 위해 온전히 인구 수 늘리기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광기에 가까운 두 번째 전략을 펼치게 됩니다. 한 가정에 넷 이상의 자녀를 두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연봉의 20~30%의 세금을 부과하게 법을 개정 하였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장애인, 불임, 생식기가 없는 자에게까지 세금을 물리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감행했습니다. 심지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이들이 아이를 입양한다고 해서 세금을 제해주거나 하는 그런 제도 조차도 없었습니다.

 

이런 무리한 강요와 강압으로 점철된 지독하고 악한 법으로 인해, 국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세쿠리타트'라는 월경경찰을 투입하게 됩니다. 이들은 여성의 배란기에 부부가 같이 잠자리에 들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거나, 여성이 다니는 직장에 찾아가서 임신검사를 하기도 했으며, 정기검진으로 산부인과에 여성이 4인 1조로 발가벗고 들어가서 검진을 받는 비 윤리적인 형식 이었습니다.

 

그저 인권 유린과 탄압이나 다름없던 이 정책은 당연히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됩니다.

 

 

처음 법이 시행되고 초반에 루마니아에선 4년 동안 출산율이 2배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인구증가'만 이루어 졌기에 깊게 들여봤을 때에 현실은 참혹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경제력이 부족했던 루마니아 국민들은, 의사에게 뇌물을 건네어 낙태 수술을 받기 위한 조작을 일삼기도 했고, 그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선 스스로 유산하기 위한 위험한 방법을 택하곤 했습니다.

 

독극물을 복용하거나, 배에 강한 충격을 주거나, 소독되지 않은 도구로 시술하는 등, 태아를 죽이기 위한 행위들이 결국 산모들의 목숨까지 위협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출산을 감행해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나라에서 경제적인 지원이 조금도 없었기에, 자식을 부양할 능력이 없었던 루마니아 시민들은 낳은 아이를 그저 방치하거나, 시설앞에 두고 도망치는 아기 유기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결국 부모의 관리를 받지 못한 아이들의 사망률이 급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유아의 사망률과, 산모의 사망률로 인구증가가 그리 효과를 보지 못하는 가운데, 그래도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 쳐도 동시에 방치되고 학대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 역시, 여러가지 결핍, 무관심속의 방치로 인해 비참한 삶을 살게 되면서, 자기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가 점차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 되었습니다. 

 

아픈 산모를 치료해 줄 의사의 부족, 낳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산모의 사망률 증가, 그에 따른 대책인 육아시설, 보육시설의 부재 이 모든 악재가 겹치고 겹치게 됩니다.

 

결국 인구 증가는 초반에 잠깐 올라갔을 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런 생지옥이 따로 없는 사태를 차우셰스쿠는 황당할 정도로 막장스러운 방법 통해 해결하려 했습니다. 자국민을 숫자로만 봤던, 그 이기에 생각 할 수 있던 방법 이었습니다.

 

그 방법으로 생후 한 달이 지난 아이만 출생 신고를 받아주는 것 이었습니다. 즉, 태어나고 한 달동안 살아남은 아이만 국가의 사람으로서 인정하겠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바로 출생신고를 받지 않으면, 그 사이에 죽는 아이들 역시 사망신고를 하지 않기에 '문서'로서만 놓고 본다면 인구 증가가 된다는 추악하기 그지 없는 놀라운 발상 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한가정 4자녀 정책 이었습니다. 가혹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4자녀를 낳아야 하는데, 출생신고를 받지 않아서 아이를 계속 낳아야 하며, 그렇게 문서에 기록되지 않은 실제 인구수는 훨씬 많았고, 그에 따라 짊어져야 할 리스크 역시 보이지 않지만 점점 쌓여가게 됩니다.

 

이런 극악의 생지옥 같은 루마니아 환경에서 국민들은 조금씩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피폐해지게 됩니다.

 

 

1차원적인 인구증가 정책을 펼쳤던 차우셰스쿠는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이 설계한 정책의 '결과물'인 세대에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릴 때 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했고, 자기 정체성의 혼돈과 불행, 나이에 맞는 수준별 학습이나 교육도 전무했기 때문에, 그 어떤 세대보다 폭력적이고, 범죄가 성행 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혼돈이나 다름없던 시기인 만큼, 기초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낮은 지능과 도덕성, 마찬가지로 어릴 때 부터 사회성을 익히지 못해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병원 조차 가기 힘든 환경인 만큼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던 청년들은, 이 모든 것이 조합되어 결국 적절한 일자리를 취업 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 따라서 실업자는 폭등하게 되었으며 이미 진작부터 불평, 불만은 쌓일대로 쌓였고, 결국 이 시대에 태어난 세대들의 분노가 모여서 폭발하게 됩니다. 루마니아 폭동 이라는 대규모 시위로 발전하여 결론적으로 차우셰스쿠의 정권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차우셰스쿠 재판을 변호하기로 한 변호인은 스스로 변호를 포기하고 사임하고 검사가 되어, "저는 개인적으로 사형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 놈은 인간이 아니므로 상관없습니다." 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차우셰스쿠의 국선변호사는 부임 후 "당신 편을 들어줘야 하는 처지지만, 당신이 이 나라에 해 놓은 짓을 보시오. 편을 들어준다고 해결될 문제요? 당신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오. 상식으로 누가 봐도, 아무리 당신에게 유리하게 설명해도, 당신이 이 나라 루마니아를 멸망으로 몰고 간 것을 부인할 수가 없소. 내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담당했지만, 당신 같은 최악의 경우는 처음이오. 나도 당신을 포기했소." 라는 일침과 함께 변호를 포기 할 정도 였습니다.

 

결국 차우셰스쿠는 재판 결과 총살형으로 확정 됩니다. 원래 총살형을 집행 할 때에는 아무나 하고 싶어하지 않기에, 군인 중 지원자를 따로 받지만, 이 때는 너도, 나도 지원을 해서 집행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나라마다 총살형의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5~10발의 실탄이 지급되고, 사형집행인의 심리적 부담(자기 총알로 죽진 않았을 것이다 라는)을 덜어주기 위해 공포탄을 그 사이에 섞어서 준다고 하는데, 이때 만큼은 6탄창에 180발 모두 실탄 준비하여 3사람이 나누어 사격 하는 것에 그 누구도 막거나 저지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숫자로만 여기던 독재자 차우셰스쿠 정권은 몰락하고 처참하게 생을 마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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